한화비전의 새 CFO에 오른 김현섭 경영지원실장 상무는 회사 요직을 거쳐온 핵심 인사다. 그와 유사한 전철을 밟았던 전임자는 최근 그룹사 재편과 함께 계열사 CEO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한화비전의 손익계산서만 놓고보면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일회성 미실현 손실로 인한 착시이고 영업에 관련한 대부분 지표는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김현섭 상무에게는 수익성 보단 증가하기 시작한 부채 규모의 관리가 선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사업운영실 출신 재무전문가, 계열분리 속 CFO 올라 김현섭 상무는 지난해 11월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경영지원실장에 오르면서 공식적으로 CFO 역할을 맡게 됐다. 한화비전은 2025년 초 합병 출범한 이후 정비 기간을 거쳤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식적인 1호 CFO로 볼 수도 있다. 한화비전이 속한 한화 3남 김동선 계열은 최근 분리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1974년생으로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화테크윈 재무팀 팀장, 한화비전 사업기획팀장, 한화비전 글로벌사업운영실 실장 등을 거쳤다. 경력 초기에 재무 관련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그의 경력 가운데서 눈에 띄는 부분은 글로벌사업운영실장이다. 한화비전 글로벌사업운영실장은 사내이사로 등기되는 주요 직책이다. 반면 경영지원실장은 미등기다.
최근 옮겨간 홍순재 한화모멘텀 대표이사 내정자가 한화비전에서 경영지원실장을 맡은 뒤 글로벌사업운영실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순서는 다르지만 김현섭 상무와 홍순재 내정자가 거쳐간 길이 같음을 알 수 있다.
한화그룹에서는 최근 3남 김동선 계열이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김현섭 상무의 전임자가 CEO 레벨로 승진한 것이다. 홍순재 내정자는 계열회사인 한화세미텍의 감사와 비전넥스트의 기타비상무이사도 역임하고 있었다.
◇ 착시빼면 우수한 재무성과, 차입금 부담은 늘어 김현섭 상무가 넘겨받은 한화비전의 지난해 손익계산서를 보면 우선 3분기 누적 연결기준 202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냈다. 영업이익 1317억원을 냈지만 금융비용에서 1698억원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이 금융비용 가운데 기타금융부채평가손실이 1522억원으로 사실상 전부다. 그 정체는 임원들에게 약속한 양도제한조건부(RSU) 주식기준보상(스톡옵션)이다. 지난해 RSU 스톡옵션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한화비전 자체적으로 향후 지급 예상액수를 높여 잡았고 잠정 손실로 선제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미실현 손실이기 때문에 착시효과로 볼 수 있다. 이를 제외하면 한화비전은 합병 첫 해인 지난해에 약 1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영업이익률은 9.9%로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른 지표들도 영업활동의 개선을 나타낸다. 대표적으로 운전자본 부담 완화를 들 수 있다. 2024년 한화비전의 매출채권 회전율은 거의 1에 근접할 정도로 낮은 편이었으나 지난해 9월 말 기준 2.7까지 늘어났다. 2024년 한 해 매출이 5000억원 정도였으나 2025년 9월 누적기준 매출이 1조3317억원까지 늘어난 덕이다.
다만 한화비전의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고민이다. 한화비전은 통합 이후 대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하면서 차입 규모를 늘리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2657억원이던 총차입금 규모가 2025년 9월 말 3902억원까지 증가했다.
현금창출은 제한되면서 순차입금 규모 역시 같은 기간 566억원에서 1488억원으로 약 세 배 가량 불어났다. 차입금의존도도 16.7%에서 22%로 높아졌다. 부채 대부분이 유동부채인 점도 부담 요인이다.
다만 한화비전의 주사업인 영상보안장비와 산업용장비가 글로벌적으로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었으므로 향후 차입 커버리지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이 회사와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금융비용은 15.7배로 오히려 2024년 말(4배)보다 크게 높아졌다.
한국기업평가는 “2025년 3분기 자금 소요 확대되면서 차입 규모는 증가하였으나 양호한 실적 기조 지속되면서 우수한 커버리지를 시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