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재무제표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이는 발행주식 수 대비 12%로 시가기준 약 3조원에 육박하는 큰 규모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3조원 규모의 잠재된 오버행 물량이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자사주의 취득원가(장부가액)다. 이미 취득한 자사주의 장부가가 1800억원 수준으로 낮기 때문이다. 시가와 장부가가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지점이다. 결과적으로 1800억원 남짓으로 조단위 오버행 리스크를 떨쳤음에도 재무제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임직원 보상 제외 약 257만주 소각, 3조원 '육박' 5일 두산그룹 사업형 지주사 ㈜두산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안에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과거 신탁계약 등을 통해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며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집단 중 한 곳이었다.
이번에 소각되는 주식은 약 257만주다. 구체적으로 ㈜두산은 임직원 보상을 위한 63만2500주를 제외한 나머지 자사주 256만8528주를 올해 안에 전량 소각하기로 이사회를 통해 의결했다. 이는 총 발행 주식의 약 12.2% 수준으로 지난 3일 종가(115만20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3조원 규모다.
㈜두산의 파격적인 소각안 발표는 최근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른 것이다. 상법개정안은 신기술 도입 또는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 자사주를 소각이 아닌 방식으로 처분할 수 있게 예외 조항을 뒀지만 ㈜두산의 경우 정공법을 통해 주주환원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각인시킨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두산의 3조 규모 오버행 물량이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가령 기업들은 자사주를 교환사채(EB)로 발행해 자금 조달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우려가 원천 차단됐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EB로 활용할 시 해당 물량이 그만큼 시장에 잠재매물로 인식돼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5년 3분기 말 별도기준 ㈜두산의 자본총계는 3조2779억원이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자본금은 1237억원, 자본잉여금 7833억원, 기타자본항목 -1조1375억원, 기타포괄손익누계액 149억원, 이익잉여금은 3조4934억원으로 나타났다.
자사주는 기타자본항목에 드러나 있다. 기타자본구성요소에는 자기주식(-1827억원), 자기주식처분손실(-167억원), 주식선택권(-102억원), 감자차손(-9483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눈여겨 볼 지점은 자사주의 장부가 규모다. 자사주 장부가는 1827억원으로 평균 취득단가 계산해보면 약 7만원 안팎에 그친다. 현재 주당 100만원선인 주가와 비교할 시 평균 단가가 상당히 낮은 셈이다.
◇장부가와 시장가치 격차 커, 재무제표 영향 '미미' 장부가와 현재의 시장가치의 격차가 큰 건 최근 두산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산은 인공지능 AI 가속기와 반도체용 소재 수요 증가에 힘입어 주가가 우상향을 거듭했다. 주가 흐름을 보면 2024년 3월 10만원대에서 2025년 2월 30만원대, 6월 60만원대, 10월 80만원대, 11월에는 100만원을 넘어섰다. 두산이 이른바 황제주에 오른 것은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3일 종가기준 주가는 115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두산 자본 구성도 소폭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주 소각 시 이익잉여금을 장부가액(취득가액)만큼 줄이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작업이다. 자본금은 그대로 두고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을 그만큼 없앤다.
㈜두산의 경우 이미 자기주식이 기타자본 항목에서 차감되어 있는 상태다. 결과적으로 기타자본 항목에 있는 자기주식 (-)1827억원이 0이 되어 사라지는 동시에 이익잉여금 계정에서 1827억원이 감소해 상계될 것으로 분석된다. 자본 구성 항목 내에서 숫자가 일부 달라지지만 자본총계와 부채비율은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한편, 두산의 이번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현 경영진의 자본배분 철학, 자본 효율성(ROE) 개선 의지, 향후 주주환원 지속성의 의지가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두산이) 현재 SK실트론 인수라는 대형 M&A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추가로 대형 M&A 한 건 이상이 가능한 기회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량 소각을 택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