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의 외형과 현금창출력을 동시에 키운다. SK실트론은 주요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LTA)을 맺고 있어 매출과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SK실트론을 흡수합병하면 현금흐름이 ㈜두산에 직접 귀속돼 별도 기준 현금창출력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최태원 SK 회장이 보유한 잔여 지분 '29.4%'를 추가로 확보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진입장벽 높은 웨이퍼, 안정적 현금창출 가능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은 수주 시점과 경기 변화에 따라 실적과 현금흐름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두산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1조9087억원에서 2024년 3078억원으로 줄었다. 2025년에는 9819억원으로 반등했다.
반면 SK실트론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주요 고객사와 LTA를 맺고 있어 매출과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이 높다. 품질인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웨이퍼 산업의 특성상 공급망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이다.
SK실트론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575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4782억원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데다 구미 신공장 가동도 시작됐기 때문이다.
SK실트론 구미 3공장 전경. 출처:SK실트론
㈜두산은 거래 종결 이후 SK실트론을 당분간 자회사로 운영할 계획이다. SK실트론에서 발생한 이익은 배당을 통해 ㈜두산으로 유입해 안정적인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현금창출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흡수합병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합병을 추진하려면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잔여 지분 29.4%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두산의 기존 반도체 사업은 전자BG와 두산테스나가 중심이었다. 전자BG는 인쇄회로기판(PCB)과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에 사용되는 CCL을 생산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용 고부가 CCL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1조87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도체 패키지·테스트 외주기업(OSAT) 두산테스나도 주요 축이다. ㈜두산은 2022년 4600억원을 투입해 사모펀드(PEF) 에이아이트리가 보유한 테스나 지분 38.7%를 인수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후공정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반도체 사업 의지 확고, 밸류체인 전반 투자 검토
두산그룹의 반도체 사업 확대에는 오너 일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그룹은 기존 사업을 넘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등 반도체 밸류체인 기업에도 투자를 이어왔다.
삼성전자의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인 세미파이브가 대표적인 사례다. ㈜두산과 두산테스나의 합산 지분율은 5.91%다. 반도체 디자인 서비스와 웨이퍼 테스트 간 사업 연계가 가능하다.
두산그룹은 2024년 사이파이브가 보유한 세미파이브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안도 추진했다. 다만 인수가격 등 거래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경영권 확보는 무산됐다. 기존 보유 지분은 그대로 유지했다.
파운드리 사업 진출 가능성도 들여다봤다. 두산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매그나칩 구미 공장에 대한 실사까지 진행했다”며 “다만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인수를 접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산인베스트먼트를 통한 팹리스 투자도 이어지는 중이다. 두산인베스트먼트는 2024년 무선통신 반도체 스타트업 유니컨의 1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주도했다. 올해 열린 185억원 규모 시리즈B에도 참여하며 후속 투자를 집행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심은 이미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며 "국내 시장에 나온 주요 반도체 매물은 대부분 검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전략적 가치가 높은 매물이 나오면 인수전에 다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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