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변곡점을 맞이했다. 2020년 티브로드와 합병 이후 점진적인 성장을 이어왔지만 IPTV 등 유료방송 시장 침체로 정체기가 찾아온 상태다. 동시에 AI 확산으로 IDC 사업 확장의 토대가 마련됐다. 위기와 기회 요인이 공존하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는 경영진 개편을 통해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흥망성쇠의 갈림길에 선 SK브로드밴드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SK브로드밴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업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시기에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한 번에 바뀌었다. 신성장동력 안착과 리더십 재편이라는 다소 대치되는 목표를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번 결정은 SK브로드밴드를 넘어 SK그룹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대적인 리밸런싱 이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AIDC) 분야에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것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다. SK브로드밴드의 성패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다.
◇'AI 중심' 신사업 경쟁력 강화 초점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제외한 SK 주요 계열사에는 큰 폭의 인사가 있었다. 경영진이 대거 교체되는 그룹 차원의 초강수였다. SK의 미래를 책임질 AIDC 사업을 이끌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도 피할 수 없었다. 나란히 새로운 CEO와 CFO가 부임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박진효 사장을 대신해 김성수 사장이, 박종석 코퍼레이트센터장(CFO) 후임으로 이종호 코퍼레이트센터장이 선임됐다.
*(왼쪽부터) 김성수 사장과 이종호 센터장
김 사장은 30년 이상 SK그룹에 몸담은 인물이다. 전임자 최진환 사장이 '재무통', 박 사장이 '기술통'이라면 김 사장은 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2010년대 중후반 SK텔레콤에서 스마트 디바이스본부장, MNO마케팅그룹장, 유통지원그룹장, 영업본부장, 모바일CO장 등을 거치면서 관련 노하우를 쌓아왔다.
2020년대 들어 합류한 SK브로드밴드에서는 커스터머사업부장, 유선/미디어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를 통해 김 사장은 통신과 미디어 파트를 오가며 현장 경험과 실행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에게 주어진 미션은 단연 체질 개선이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 자회사 편입, 구조조정 등 재단장을 위한 기반 작업을 해왔다. 지난해 하반기 울산 AIDC 착공을 계기로 SK브로드밴드는 AI 생태계 진입을 본격화했다. 이제부터는 김 사장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파트너로 낙점된 인재가 이 센터장이다. 이 센터장 역시 1997년 입사 이래 SK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커리어 대부분을 SK텔레콤에서 보냈고 티맵모빌리티 CEO,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 등을 거친 뒤 SK브로드밴드로 자리했다.
특히 티맵모빌리티를 맡으면서 사업개발과 투자유치, 인수합병(M&A) 등을 이끈 바 있다. 종합적인 이해도를 갖춘 이 센터장이 SK브로드밴드의 쇄신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게 그룹 내 판단이다.
더불어 DC본부를 설립했다. 2024년 AIDC 사업화를 위해 신설한 AIDC 부서가 재편된 것이다. 이곳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간 협업 시너지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T-B엔터프라이즈사업부 산하에서 격상된 조직이다. 또 한 번의 승격이 이뤄진 셈이다.
당초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각각 AIDC사업부를 운영 중이었다. 하민용 부사장이 양대 사업부장을 겸했다. 관련 영역에 박차를 가하고자 개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DC본부는 정석근 SK텔레콤 AI CIC 대표가 담당한다. 하 부사장은 정 대표 뒤를 받치게 된다. 전사적으로는 SK탤레콤이 AIDC 사업화 및 솔루션 발굴, SK브로드밴드는 AIDC 운영에 초점을 맞춘다.
연이은 변화는 SK브로드밴드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기존 통신·미디어 생태계와 달리 AIDC는 내수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해야 하는 산업이다. SK브로드밴드에 새로운 경영 전략과 조직문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 사장과 이 센터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SK스토아·미디어S 매각 절차 난항
두 사람에게는 또 다른 숙제가 있다. 작년부터 추진된 미디어S 정리다. SK브로드밴드 자회사 미디어S는 자체 방송채널(PP) 채널S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은 라포랩스와 자회사 SK스토아, 손자회사 미디어S를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4050 라이프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가 양사 지분 100%를 1100억원 내외에 인수하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SK스토아와 미디어S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센 점이다. 해당 노조는 최대주주 변경 불허를 촉구하며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에서는 규모가 작은 기업이 데이터 홈쇼핑 업계 1위 SK스토아를 품는 건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라포랩스의 재무 건전성 등을 내세워 지속가능성 측면의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이와 별개로 SK스토아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재승인 심사도 받아야 한다. 데이터 홈쇼핑 사업자는 5년마다 사업권 재승인을 취득해야 하는데 기한이 내달까지다. 라포랩스의 재무구조 등이 심사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조는 심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한다는 의지다. 원만한 계약 이행을 위해 SK텔레콤 경영진과 김 사장, 이 센터장 등의 중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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