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의 밸류업 전략이 연구개발(R&D)로 이동했다. 지난해 1분기 기업설명회(IR) 자료가 엑스코프리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 실적 중심이었다면 올해 1분기 자료에는 R&D 세션이 추가됐다. 단순 파이프라인 현황표 수준이던 연구개발 설명도 빅바이오텍 로드맵과 표적단백질분해(TPD) 플랫폼 전략으로 확장됐다.
변화의 배경에는 세노바메이트 기반 실적 안정화가 있다.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 미국명)가 매출과 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벌어들인 현금을 어떤 후속 파이프라인과 플랫폼으로 쓰며 후속 성장을 만들지 어필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작년 4분기부터 R&D 세션 추가, 컨콜도 담당 임원이 직접 발표 SK바이오팜이 공개한 2026년 1분기 IR 자료는 총 11페이지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R&D 세션'으로 별도 구분된 장표가 4페이지다. 1년 전인 작년 1분기 IR 자료에는 없던 구성이다.
당시 자료는 총 8페이지로 △재무실적 요약 △엑스코프리 처방·매출 현황 △파이프라인 현황 △신규 모달리티 개요 정도로 짜였다. R&D는 별도 세션이 아니라 파이프라인 표와 'Financial Story-New Modalities' 장표에 일부 반영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작년 4분기부터 구성이 달라졌다. 당시 R&D 세션 장표는 총 7페이지로 전체 IR 자료의 절반을 차지했다. 컨퍼런스콜도 달라졌다. IR 담당 임원이 내용 전반을 설명하던 예년과 달리 컨퍼런스콜에 황선관 신약연구부문 부사장과 신용제 RPT Preclinical 센터장이 직접 발표에 나섰다.
올해 역시 파이프라인 현황표 뒤에 R&D 세션을 따로 배치하고 빅바이오텍 로드맵과 TPD 핵심 파이프라인 및 플랫폼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단순 후보물질 나열에서 특정 모달리티와 플랫폼 전략을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컨퍼런스콜에서 R&D 세션은 관련 임원인 최종길 투자회사관리담당이 직접 발표를 진행했다.
SK바이오팜이 R&D를 IR 전면에 꺼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 미국명) 기반 실적 안정화가 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2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98억원으로 249.7% 늘었다.
핵심은 비용 증가를 흡수한 상태에서 이익이 커졌다는 점이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신규 마케팅 프로그램과 R&D 확대를 반영해 판매관리비 가이던스를 연간 5700억원 수준까지 열어뒀다. 1분기 판관비도 R&D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14% 이상 늘어난 1238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SK바이오팜의 실적은 엑스코프리가 만든다. 그러나 기업가치 자체는 후속 파이프라인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IR 자료 변화는 이 지점과 맞물린다. 이제는 세노바메이트가 벌어들이는 현금이 어떤 신약 후보와 플랫폼으로 전환되는지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IR 과제가 됐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900억원에 근접한 분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로 올해부터 신약 개발과 마케팅 투자를 확대하는 기조에서 달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신약 개발 투자 확대와 동시에 이익의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 이미 빅바이오텍으로서 선순환 궤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RPT 이어 TPD 전면화, 완전자회사화 이후 임상 준비 본격화 SK바이오팜은 지난해 4분기 R&D 세션에서 CNS와 RPT 전략을 먼저 공개했다. CNS에서는 파킨슨병 질병조절치료제 전략을, RPT에서는 외부 도입 파이프라인과 자체 개발 프로젝트와 킬레이터 플랫폼 확보 계획을 설명했다.
올해 1분기 R&D 세션에서는 TPD가 전면에 나왔다. 그동안 SK바이오팜의 차세대 성장 전략은 CNS와 RPT를 중심으로 부각돼 왔다. TPD는 2023년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편입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시장에 드러난 내용이 많지 않았다. 이번 IR은 TPD를 RPT와 함께 차기 R&D 축으로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p300 타깃 분해제 'SKT-18416'이다. 암세포 성장에 필수적인 p300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항암제 후보물질로 2027년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 IND 제출을 목표로 IND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p300·CBP 저해제에서 문제가 됐던 혈액 독성 한계를 선택적 분해 기전으로 낮추겠다는 접근이다. 임상은 미국 자회사 중심으로 준비되고 있다. TPD 사업은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의 라이언 크루거 최고과학책임자(CSO)가 총괄하고 있다.
한편 SK바이오팜 실적 IR의 별도 R&D 세션이 정례화될지는 미지수다. 빅바이오텍 로드맵의 3개 축인 △CNS △RPT △TPD 전략에 대한 발표가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정례화에 대해서 본격적인 논의는 되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R&D 고도화에 전사가 집중하고 있는 만큼 IR에서도 R&D 성과에 대한 업데이트를 계속해서 해나가려고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