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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약가인하 부메랑, HLB생명과학 'OEM' 정리 강수

3월 말 기준 가용자금 115억, HLB제약에 97억 출자에 재무 부담 가중

이기욱 기자  2026-05-18 08:12:15
HLB제약의 약가인하 정책 대응방안이 최대주주 HLB생명과학의 사업포트폴리오 등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HLB제약이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와 연구·개발(R&D) 비용 확대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함에 따라 HLB생명과학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배정 물량의 50%만을 청약함에도 불구하고 HLB생명과학 현 가용자금의 절반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HLB생명과학은 저수익 사업부를 과감히 정리하는 등 재무 안정화를 위한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금 바닥난 최대주주, 자회사 증자 대금 압박에 '반토막 청약'

HLB제약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시설 자금과 운영 자금 등 총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총 1076만2332주고 예정 발행가는 주당 1만1150원이다.

HLB제약은 이번에 확보한 재원 중 가장 큰 비중인 550억원을 향남 신공장 신축에 투입해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3억정에서 7억정 수준으로 확대하고 개량신약 및 장기지속형 주사제(SMEB) 플랫폼 고도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또한 HLB제약은 2028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획득 및 개량신약·퍼스트제네릭 파이프라인 확보를 목표로 R&D 비용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작년 기준 연간 R&D 비용은 71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3.7%에 불과하다.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올해 하반기부터 2028년까지 총 250억원을 R&D에 추가 투입한다. 연 100억원의 비용이 추가되면 매출 대비 R&D 비중은 약 7%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자회사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 로드맵은 최대주주인 HLB생명과학에 직접적인 재무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HLB생명과학은 HLB제약의 지분 16.1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반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최대주주가 기존 지분율을 방어하면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배정된 물량에 100% 참여해야 한다. HLB생명과학의 지분율을 감안할 때 이번 증자에 전액 청약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약 194억원 규모로 계산된다.


문제는 HLB생명과학의 현 현금 동원력이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올해 3월 말 별도 기준 HLB생명과학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9억원에 불과하다. 기타 유동금융자산 76억원을 포함해도 115억원 수준으로 배정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회사의 현금 유출입 상황은 더욱 빠듯하다. 1분기 HLB생명과학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8억원 순유출로 나타났다. 순유출 규모가 작년 1분기 47억원 대비 44.7% 증가했다. 단기차입금을 늘리면서 재무활동현금흐름이 70억원 순유입을 기록했으나 전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47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3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OEM 누적 적자, 동물용 의료기기·바이오 R&D 집중

이처럼 곳간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HLB생명과학은 고심 끝에 예정 배정 물량의 50%만 청약하기로 했다. 약 97억원 규모로 이 역시 현 가용자금의 84.3%에 해당하는 수치다.

자금 압박에 직면한 HLB생명과학은 재무 안정화를 위한 전격적인 사업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HLB생명과학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메디케어사업부 내 체외진단키트(IVD) 및 기타 플라스틱 사출제품(OEM) 제조를 담당하는 'OEM 사업부문'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HLB생명과학은 글로벌 엔데믹 전환에 따른 진단 시장의 급격한 수요 위축과 업체 간 경쟁 심화를 표면적인 사업 중단 사유로 꼽았다. 실제 OEM 사업부문의 매출은 2023년 246억원에서 2024년 160억원, 작년 112억원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83.24%에서 작년 34.78%로 48.46%포인트 축소됐다. 외형 축소뿐만 아니라 영업손실도 매년 누적되고 있어 현금흐름 관리 차원에서 영업 중단이 불가피했다.

HLB생명과학은 이번 구조조정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체질 개선과 선택 및 집중 전략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계 사업에 투입되던 인력과 자원을 축소하는 대신 지난해 미국 시장 첫 선적에 성공한 '동물용 하드팩 주사기' 등 고부가가치 의료기기 수출 사업과 본업인 바이오·제약 R&D 파이프라인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HLB 관계자는 "저수익 사업을 과감히 덜어내고 이익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이 강화된 사업 구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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