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주요 은행이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효과는 연초부터 나타나고 있다. 5대 은행 합산 가계대출은 전년 말 대비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가계대출이 멈춘 상황에서 은행권은 첨단, 벤처, 지역으로 자금을 돌리는 생산적 금융 전환 압박도 받고 있다. 2030년까지 가계부채를 GDP 대비 80%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한편 향후 5년간 10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생산적 금융에 공급하는 게 정부의 목표다.
기업여신이 가계대출의 수익성을 상쇄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는 실수요자 대출 제한, 저마진 자금 공급으로 인한 성장 속도 저하 등은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로 남았다.
◇연초부터 관리 나선 은행…인뱅까지 증가율 '마이너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르면 올해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는 1.5%로 정해졌다. 지난해 1.7%보다 0.2%p 강화된 수준인 데다 올해 경상성장률 4.9%의 절반 이하다.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로 낮추는 중장기 로드맵도 함께 제시됐다. 25년 추정치인 88.6%에서 8.6%p 끌어내려야 한다.
로드맵에 따라 관리 강도는 더 세졌다. 올해부터는 주택담보대출에 별도 관리목표가 신설됐다.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할 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만 줄이고 주담대는 늘리는 방식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연말에만 바짝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일명'대출절벽'을 피하기 위해 월별·분기별 관리목표도 도입했다.
지난해 목표를 초과한 금융사에는 실적 초과분을 올해 관리목표에서 차감하는 페널티도 적용한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이, 상호금융에서는 새마을금고가 2025년 관리 목표를 초과한 대출을 시행했다. 이에 금융위는 새마을금고 올해 관리 목표는 '+0원'이라고 못 박았다.
이런 압박 속에 은행권은 연초부터 대출 문턱을 높였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을 1조6143억원 덜어냈다. 연초 제시한 연 증가 목표(9092억원)와 비교하면 달성률이 -178%로 떨어진다.
신한은행은 1조5896억원 감소해 목표 대비 -187%, 하나은행은 1조5402억원 감소해 -175%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1조3551억원 감소한 -156%, 우리은행은 3447억원 줄어든 -41.7%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들 5대 은행의 1분기 가계대출 감소 합계는 6조4439억원에 달한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케이뱅크는 2237억원 줄어 달성률 -33.5%를 기록했고 토스뱅크는 목표 5502억원 중 7%에 해당하는 370억원만 집행했다. 카카오뱅크는 2052억원 증가해 그나마 52%의 진도율을 보였다.
◇빠진 가계 자리 채운 기업여신…NIM 방어 가계대출을 틀어막는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 관리만 있는 게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은행권의 자금 흐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금융위는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이라는 강한 어조를 사용하기도 했다.
동시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 금융권이 비상한 각오로 총량관리 목표 달성, 다주택자의 만기 연장 제한, 대출규제 위반 행위 점검 등을 철저하게 추진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은 이미 작동 중이다. 지난해 9월 금융위의 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 이후 벌써 5차 회의까지 진행됐다. 은행을 위한 자본규제 합리화도 인센티브로 함께 따라붙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이 15%에서 20%로 상향돼 부동산 대출 자본 부담이 커졌지만 비상장주식과 정책펀드 위험가중치는 완화됐다. 특히 가장 최근에 열린 5차 대전환 회의에서는 운영·시장·신용 리스크 자본규제를 합리화해 은행권 74조5000억원, 보험권 24조2000억원 등 최대 98조7000억원의 추가 공급 여력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따라 1분기 말 5대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65조281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82%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크게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주목할 점은 가계대출 틀어막은 1분기 은행권 수익성은 오히려 좋아졌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NIM은 1,77%로 전년 동기 대비 1bp, 전년말 대비 2bp 개선됐다. 신한은행 NIM도 1.6%를 기록해 전년말 대비 2bp 증가했다. 주요 은행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한 우리은행도 NIM은 전년 말 대비 2bp 증가하면서 1.51%를 달성했다. 최근 1년간 최고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는 은행별로 큰 타격이 없지만 추후 마진이 박한 여신이 늘어나고 실수요자 위주 자금 공급 공백 우려가 나올 수 있다"라며 "금융당국이 포용금융추진단을 출범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