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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현대백화점, 만기채 갚고 다시 조달…출점 앞두고 현금 쌓기

①차입 늘려 보유현금 2.1조 확보…더현대광주 등 신규점포 투자규모 '1.8조'

고진영 기자  2026-05-22 08:15:23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현대백화점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차환하면서 유동성을 쌓아두고 있다. 현금 유입이 충분한데도 차입을 줄이지 않고 보유 유동성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추후 더현대광주를 포함한 신규점포 출점, 면세점 운영자금 등 자금 지출이 예정돼 있는 만큼 당장의 부채 축소보다 현금 여력을 확보해 두려는 재무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2000억원 규모의 무보증 공모사채를 발행했다. 각각 1300억원(제33-1회)과 700억원(제33-2회)이며 만기는 2년과 3년으로 나눴다. 발행금리는 각각 3.67%, 3.79%다.

조달한 금액은 전액 채무상환자금으로 쓰였다. 상환 대상은 올 4월 27일 만기가 돌아온 제29-2회 공모사채 2000억원이다. 보유 자금으로 만기채를 우선 갚고, 이번에 찍어낸 공모채 발행대금으로 이를 대체하는 구조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말 2조원에 육박했던 순차입금을 꾸준히 줄여왔다. 올 1분기 말 기준 1조186억원을 기록했다. 지누스 인수 이후 불어난 차입 부담을 3년 동안 9000억원 넘게 축소한 셈이다.

다만 빚 규모 자체가 감소하진 않았다. 올 1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은 3조950억원으로 2022년 말(3조282억원)보다 소폭 늘었고 작년 말보다는 5427억원 증가했다. 증가분은 대부분 단기성 차입금이다. 2025년 말 대비 5456억원 많았다. 총차입금에서 단기성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말 66.7%에서 1분기 말 72.6%로 높아졌다.


순차입금이 계속 줄어든 것은 그만큼 부채를 갚았기 때문이 아니라 차입 증가폭보다 현금성자산이 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말 현대백화점의 현금성자산은 2조764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701억원 증가했다. 차입과 현금을 동시에 늘려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현금흐름표에서도 같은 흐름이 엿보인다.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727억원, 잉여현금흐름은 845억원으로 양호했던 반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7068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재무활동현금흐름 역시 5092억원 순유입됐다.

구체적으로 유동성사채 1500억원과 유동성장기차입금 111억원 등을 상환했지만 단기차입금이 6441억원 순증했고 사채 발행 722억원이 더해지면서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순유입으로 정리됐다. 영업에서 번 현금만으로 분기 중 자금 수요를 모두 흡수하기보다, 차입을 함께 일으켜 유동성을 보강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5월 발행한 회사채 역시 차환을 통한 유동성 유지 차원으로 풀이된다. 상환 대상이었던 제29-2회 공모사채의 표면금리는 3.92%다. 새로 발행한 2년물(3.67%)과 3년물(3.79%)의 금리가 더 낮은 만큼 이자 부담도 일부 줄였다고 볼 수 있다.

상환 여력이 충분한데도 현대백화점이 부채를 축소하지 않고 차환한 이유는 앞으로 들어갈 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4년간 주요 출점 투자 규모는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더현대광주에 1조1595억원, 더현대부산에 3785억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경산점에 2777억원가량의 투자가 남아 있다.


면세점 쪽에서 필요한 현금 소요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 3월 계열회사 현대디에프에 1000억원을 출자했다.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DF2구역 면세점 운영을 위한 자금이다. DF2 영업 개시에 따라 약 1500억원의 임차보증금도 납부했다. 동대문점 철수 이후 면세점 손익이 개선되긴 했으나 새 구역 운영을 위해선 초기에 현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뒷받침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지난해 말 영업현금은 986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운전자본 회수 효과(2949억원)가 이례적으로 컸지만, EBITDA 자체도 81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담보설정액을 제외한 유형자산 및 투자부동산도 약 5조4000억원에 이른다. 시장 환경이 변하더라도 자산 활용 카드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회사 측은 “국내 신규 출점 등 업계 내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중기에 걸쳐 진행 중”이라며 “시설투자나 인수·합병 등으로 대규모 자금 지출이 발생할 경우 차입금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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