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주주환원의 역설

주가 상승이 불러온 딜레마

④PBR 높아질수록 자사주 매입·소각 효과 둔화…배당·자본관리 고민 확대

조은아 기자  2026-06-01 15:37:10

편집자주

금융지주들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돌려줄 수 있는지가 시장의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가 금융지주의 대표 전략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자본비율과 건전성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더벨이 금융지주들이 마주한 '주주환원의 역설'을 짚어본다.
금융지주들이 자사주 매입·소각을 앞세워 주주환원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고민도 커지고 있다.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같은 금액을 투입해도 실제 매입할 수 있는 자사주 수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주주환원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정작 주가 상승이 자사주 매입 효율을 떨어뜨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은행주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과거 저평가 국면에서 누릴 수 있었던 자사주 매입 효과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밸류업 성공이 또 다른 과제를 안겨준 셈이다.

◇밸류업 성공이 만든 새 고민

지난해 이후 은행주는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로 꼽혔다.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를 약속하면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졌다. 과거 만성적인 저평가에 시달리던 은행주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였다.

특히 금융지주들은 자사주 매입·소각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배당과 달리 유통 주식 수를 직접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주주 입장에서도 배당은 지급 즉시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반면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가 상승을 통한 환원 방식이어서 투자자 선호도가 높다.

올해 역시 주요 금융지주들은 대부분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세워둔 상황이다.

문제는 주가가 오른 만큼 같은 금액을 투입해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과거보다 줄어든다는 점이다. 예컨대 주가가 5만원일 때 5000억원을 투입하면 1000만주를 매입할 수 있지만 주가가 10만원으로 오르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주식 수는 500만주로 줄어든다. 투입 금액은 같아도 주식 수 감소 효과는 절반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동일한 수준의 소각 효과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반대로 투입 금액을 유지하면 실제 소각되는 주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사주 매입, 규모보다 효율 따질 때

일반적으로 PBR이 낮을수록 자사주 매입 효과는 커진다. 회사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유통 주식 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은행주처럼 PBR이 높아진 경우에는 같은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더라도 과거보다 주당가치 개선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실제 과거 은행주 PBR은 0.3~0.5배 수준이었지만 현재 KB금융의 PBR은 0.9~1.0배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의 PBR 역시 과거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금융지주들의 자사주 매입 전략도 조금씩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를 사들이느냐'가 주목받았다면 앞으로는 '어떤 가격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들이느냐'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지주들은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높이는 동시에 CET1(보통주자본)비율도 관리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크지만 결국 자본 감소를 수반한다. 주가가 오른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효과를 내려면 더 큰 자본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들은 자사주 매입 시점과 규모, 배당과의 조합을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주가가 높아질수록 현금배당 확대나 안정적인 분기배당이 더 효율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어서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자사주 매입·소각만으로는 시장 기대를 계속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미 주요 금융지주들의 총주주환원율 목표치가 50% 안팎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단순한 일회성 매입보다 예측 가능한 환원 정책과 지속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경쟁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며 "그간 금융지주 밸류업을 자사주 활용이 이끌어왔다면 앞으로는 자사주 활용과 배당, 자본비율 관리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 잡힌 전략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