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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의 역설

돌려줄 돈 짜내는 자회사…커지는 배당 압박

②커지는 배당 압박…금융지주 내부 돈 흐름도 달라졌다

조은아 기자  2026-05-29 07:40:54

편집자주

금융지주들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돌려줄 수 있는지가 시장의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가 금융지주의 대표 전략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자본비율과 건전성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더벨이 금융지주들이 마주한 '주주환원의 역설'을 짚어본다.
금융지주들이 역대 최대 수준의 주주환원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금융지주 스스로는 돈을 벌지 못한다. 순수 지주회사인 만큼 자체 영업은 하지 않고 자회사 지분을 보유 및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지주들의 현금 흐름을 살표보면 주주환원의 재원은 대부분 자회사 배당에서 나온다. 은행과 카드, 증권 등 자회사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 형태로 끌어올려야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도 가능하다. 결국 주주환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자회사들의 부담 역시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돌려줄 돈 더 필요하다"…커지는 자회사 배당 압박

금융지주가 안정적으로 주주환원을 이어가려면 자회사들의 배당 확대를 통한 내부 재원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7개 상장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iM·BNK·JB)에 유입된 자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자회사 배당이었다. 지난해 금융지주들은 자회사 배당 11조3000억원과 순차입 2조6000억원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 13조9000억원 가운데 9조6000억원을 주주환원에 썼다.

최근엔 금융지주들이 한층 공격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자회사들이 체감하는 배당 압박 역시 커지고 있다. 실제 금융지주 자회사의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99%에 이르는 곳도 찾을 수 있다. 1년간 번 돈을 고스란히 지주에 넘기는 셈이다. 전년 대비 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오히려 배당을 늘린 곳 역시 여럿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총주주환원율 목표치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그룹 내부에서는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2027년 또는 중장기 목표로 총주주환원율 50%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이미 지난해 총주주환원율 50%를 넘어섰다. 하나금융과 JB금융 역시 50% 수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우리금융과 BNK금융, iM금융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추가 확대 압박이 더 큰 상황이다.


◇카드·지방은행 체력 약화…환원 경쟁 부담 커진다

최근 들어 일부 자회사에서는 수익성 둔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과 카드업권의 부담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지방은행 5곳(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의 합산 순이익은 1조1665억원으로 전년(1조 2008억원) 대비 2.9%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은행의 순이익까지 두 자릿수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카드사들 역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조달비용 및 대손비용 증가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실제 카드사의 순이익과 총자산이익률(ROA)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합산 순이익은 2조2000억원으로 전년(2조5000억원) 대비 감소했으며, ROA 역시 1.4%에서 1.2%로 낮아졌다.

지방은행은 건전성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부실채권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충당금 적립 부담 역시 함께 확대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까지 겹치면서 중소·벤처·혁신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자회사들이 배당 재원 확보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적게 적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이익 창출 확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손실 인식을 이연하는 등 회계상 보수성을 축소할 유인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자회사가 자본을 충분히 쌓기보다 지주의 배당 요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배당이 자회사들의 중장기 성장 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과 AI 전환,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유보보다 배당 재원 확보가 우선될 경우 미래 성장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카드·캐피탈·지방은행 등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자회사의 경우 투자 여력 감소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지주 차원의 주주환원을 늘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회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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