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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의 역설

더 돌려줄수록 더 불안해진다

①주주환원 확대 속 깊어지는 금융지주의 고민

조은아 기자  2026-05-29 07:17:05

편집자주

금융지주들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돌려줄 수 있는지가 시장의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가 금융지주의 대표 전략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자본비율과 건전성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더벨이 금융지주들이 마주한 '주주환원의 역설'을 짚어본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역대 최대 수준의 주주환원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실적 발표 때마다 수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등장하고 주주환원율 역시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 등으로 주주환원이 금융지주 경영의 핵심 화두로 자리 잡았다.

실제 KB금융은 올해 상반기에만 자사주 매입·소각 1조2000억원과 현금배당 1조6200억원을 포함한 총 2조82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분기마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보통주자본(CET1)비율 개선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주주환원 시대, 커지는 금융지주의 부담

과거 금융지주의 경쟁이 순이익 규모와 리딩금융 타이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주주환원 규모 자체가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금융권 안팎에서는 주주환원율과 자사주 소각 규모가 새로운 경쟁 지표처럼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은행업 분석 보고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보다 총주주환원율이 핵심 투자 지표로 자리매김했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은 표면 실적 자체보다는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에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은행 이익이 안정적인 추세를 이어가고 있어 투자자들이 총주주환원율을 주요 지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주요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율 역시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KB금융의 주주환원율은 2022년 27.9%에서 지난해 52.4%까지 높아졌다.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다른 금융지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금융의 주주환원율 역시 같은 기간 30%에서 50.2%로 높아졌다.

주주들은 반길 일이지만 금융지주들의 고민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주주환원 확대가 당장의 주가 부양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본 부담 역시 함께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주 매입·소각은 대표적인 자본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배당 역시 마찬가지다. 주주환원 규모가 커질수록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그만큼 안정적인 자본력과 이익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동시에 확대된다.

실제 올해 3월 말 기준 주요 금융지주의 자본비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의 CET1비율은 0.2~0.3%포인트, iM금융, BNK금융, JB금융은 0.05~0.1%포인트 하락했다. 우리금융만 예외적으로 CET1비율이 상승했지만 유형자산재평가 효과(+0.6%포인트)를 제외하면 개선 폭은 제한적이다. 같은 기간 주요 금융지주의 이익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자본비율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분석이다.


◇환원은 기본값…시험대 오른 지속 가능성

시장의 기대 수준 역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 번 확대된 주주환원 규모는 쉽게 줄이기 어렵다. 실제 최근 금융권에서는 자사주 매입 발표가 더 이상 '플러스 알파'가 아니라 사실상 기본값처럼 받아들여지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들의 고민도 복잡해지고 있다. 실적이 좋아도 자본비율이 흔들리면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기 어렵고 반대로 규모를 줄이면 시장 실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과 자본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속 가능성'이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올해 주주환원 규모를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체력을 갖췄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특히 금융당국이 손실흡수능력과 자본 적정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금융지주들 역시 이전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자본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경기 둔화와 부실 확대 가능성, 환율 변동성 같은 외부 변수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금융지주들에게 중요한 건 단순한 환원 규모 경쟁이 아니라 이를 흔들림 없이 이어갈 수 있는 자본 체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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