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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의 역설

자회사 지원여력 약화…보수화되는 금융지주

③자회사 지원 수요는 늘어나는데…달라지는 내부 자본 배분 원칙

조은아 기자  2026-05-29 11:42:42

편집자주

금융지주들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돌려줄 수 있는지가 시장의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가 금융지주의 대표 전략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자본비율과 건전성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더벨이 금융지주들이 마주한 '주주환원의 역설'을 짚어본다.
금융그룹에서 지주사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바로 그룹 전체의 안전판 역할이다. 그간 자회사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지주가 직접 자본을 투입하며 지원에 나서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주주환원 확대와 CET1(보통주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금융지주들의 자회사 지원 여력이 예전만큼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지주들이 공격적으로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면서 그룹 내부의 자본 배분 원칙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회사 지원과 성장 투자에 우선순위를 뒀다면 이제는 주주환원과 자본비율 방어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자회사 위기 때마다 안전판 역할 했던 지주

그동안 금융지주는 그룹 내 최종 지원자 역할을 맡아왔다. 자회사의 건전성이 악화되거나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질 경우 지주가 직접 유상증자나 자금 지원에 나서는 방식이다. 실제 과거 금융위기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국면에서도 금융지주들은 캐피탈과 저축은행, 증권사 등에 자금을 공급하며 그룹 전체의 안정성을 유지해왔다.

금융지주 체제의 강점 가운데 하나로도 '내부 자본 지원 능력'이 꼽혀왔다. 그룹 내 자본을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자회사에서 부족한 자회사로 이동시키며 위기 대응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내부 지원 기능은 중요한 기반이 됐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규모가 작은 금융그룹에서 지주의 역할이 눈에 띄었다. iM금융지주는 2024년 iM뱅크에 2000억원을 출자한 데 이어 2025년에도 iM뱅크에 1000억원을 출자했다. 이밖에 iM캐피탈이 발행한 1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도 인수했다.

JB금융지주는 2024년 전북은행과 JB캐피탈에 각각 1500억원을 출자했고 JB캐피탈이 발행한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했다. 2025년에는 JB캐피탈에 1200억원을 출자했다.

자회사들의 자금 지원 수요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은 금융 당국의 감독 기준이 점차 강화되는 환경을 감안할 때 규제 준수를 위한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 당국은 2027년부터 보험사의 기본자본비율을 자본건전성 기준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 경우 일부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자체적인 이익 창출을 통해 기본자본을 확충하지 못한다면 지주의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증권업은 경쟁력 확대를 위한 전략적인 출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예컨대 우리투자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요건(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하기 위한 유상증자가 필요하다.

<출처=한국기업평가>
◇주주환원·건전성 부담…달라지는 자본 배분

하지만 금융지주들의 자본 여력은 과거보다 빠듯해지고 있다. 금융 당국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요구하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은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압박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배당을 원천으로 한 제한된 자본 안에서 △주주환원 △CET1비율 관리 △자회사 지원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향후 금융지주들의 자본 배분 전략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과거처럼 수익성이 낮거나 건전성이 악화된 자회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기조가 강화될 수 있다. 특히 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경기에 민감한 업권의 경우 향후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들이 경영 전략 자체를 보다 보수적으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 자본 소모가 큰 사업이나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최근 들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자산이나 고위험 대출 확대 역시 이전보다 신중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정적인 이익과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금융지주들의 전략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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