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소재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지난해 단행한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증평 공장 가동중단과 중국 장쑤 공장 매각 등으로 사업기반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장쑤 공장 매각을 위한 기존 차입금 상환자금도 단기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등 유동성 부담도 커지고 있다.
◇ 빠르게 희석되는 SKIET 유증 효과 SKIET는 지난해 8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3000억원 규모 자본을 확충하면서 같은 해 3분기 말 총자본 규모를 2조6559억원으로 늘렸다.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이 신주를 전량 인수하되, 발행 신주를 기초자산으로 증권사들과 3년 만기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었다. PRS는 보유 주식을 증권사 등에 매각하는 대신 일정기간 이후 주가 변동에 따른 차액을 정산하는 구조다.
다만 불과 반 년 만인 올해 1분기 말 기준 SKIET의 총자본은 2조5714억원 규모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1307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818억원)에도 연이은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다. 올해 연간으로는 약 2000억원 규모 순손실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현재 증권가의 컨센서스다. 컨센서스대로라면 SKIET의 3000억원 규모 자본 확충 효과가 1년이 채 가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순손실로 인해 증자 효과가 희석되면서 신용등급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이달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각각 SKIET의 등급을 A0에서 A-로 강등했는데, 한국기업평가는 A-로 등급을 낮추면서도 ‘부정적’ 등급전망을 유지했다. 통상 등급이 조정되면 ‘안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하고 재무적 변화를 지켜보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번 하향조정에 이어 BBB+로 추가적인 강등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전방인 전기차 시장의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SKIET의 2차전지 분리막 사업도 부진한 흐름이 지속된 영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용 생산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수직계열 구조인 SK온의 ESS 배터리 생산시점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SKIET의 매출 70% 이상이 SK온에서 발생하고 있어, 올해까지는 SKIET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셈이다.
◇ 매각대금보다 차입 상환자금이 더 큰 중국법인, 단기 차입금으로 대응 SKIET는 최근 생산거점을 재편하면서 충북 증평 공장의 생산을 연내 중단하기로 하고 중국 공장 운영법인인 SK하이테크배터리머티리얼즈(장쑤) 지분을 중국 분리막 업체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향후 생산공장을 폴란드를 중심으로 최적화한다는 방침이다. 고정비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SKIET의 외형도 큰 폭 줄어들게 되는 수순이다. 지난해 증평 공장에서 발생한 매출은 SKIET 전체 매출의 약 45%에 달했다.
매각에 앞서 중국법인이 빌린 2443억원 규모 차입금을 SKIET가 상환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목이다. 이는 중국법인 매각금액(888억원)보다 큰 규모다. SKIET는 지난달 기업어음(CP) 1000억원, 금융기관 차입 1000억원 등 2000억원의 단기 차입을 일으킨 바 있다. 차입 목적도 ‘타법인 출자증권 취득 및 차입금 상환’으로 밝혀, 중국법인 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풀이된다.
SKIET의 신용등급이 BBB급 강등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차입금 만기구조도 단기화되고 있는 구조는 SKIET의 유동성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미 SKIET의 총차입금 1조6844억원(2026년 1분기 말 기준) 가운데 1년 이내 만기가 예정된 단기성 차입금(1조1060억원) 비중은 약 66%에 달하는 상태다.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SKIET의 재무체력이 악화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지원 부담도 쌓여가고 있다. 지난해 SKIET PRS 계약의 발행가액은 2만8600원이었지만 현재 SKIET 주가는 1만6000원대로 하락해 계약 만기 시점에서 차액 정산 부담이 있다. 이와 함께 추가적인 증자 필요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IET의 현금흐름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도 있어 자체 조달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