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A생명이 촹 네이슨 마이클 대표의 퇴임에 전혜숙 부사장을 임시 대표이사로 내세웠다. 차기 대표 선임까지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전 부사장은 2013년 AIA생명에 합류한 뒤 재무와 계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재무통이다.
특히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2022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라 4년간 회사의 재무관리를 이끌었다. 최근 금리와 계리가정 변화로 지급여력비율(K-ICS)이 하락하는 등 자본관리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이번에는 재무를 넘어 회사 경영 전반을 맡게 됐다.
◇IFRS17 전환기 '구원투수', 4년간 재무 총괄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IA생명은 전혜숙 부사장을 임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촹 네이슨 대표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AIA를 떠나기로 결정하면서다. AIA그룹은 현재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AIA생명이 대표 공백을 내부 임원에게 맡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5월 피터 정 전 대표가 임기를 남기고 물러났을 당시에는 법무를 총괄하던 박정진 전무가 임시대표를 맡았다. 이후 같은 해 7월 촹 네이슨 대표가 정식으로 취임하면서 약 한 달간의 임시대표 체제가 종료됐다.
이번에는 법무가 아닌 재무를 총괄해온 전 부사장이 임시대표로 낙점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전임 CFO의 중도 사임으로 재무수장에 오른 데 이어 4년 만에는 대표의 중도 퇴임에 다시 경영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게 됐다.
1975년생인 전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다. 삼성화재와 PCA생명(현 미래에셋생명) 등을 거쳐 2013년 AIA생명에 합류했다. 이후 재무계리부서장과 재무계리팀장 등을 맡으며 내부에서 재무·계리 분야의 경력을 쌓았다.
전 부사장이 CFO에 오른 건 2022년 8월이다. 당시 AIA생명은 IFRS17 도입을 불과 수개월 앞두고 있었다. 2020년부터 재무본부장을 맡았던 이상돈 전 CFO가 임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사임하면서 전 부사장이 후임으로 낙점됐다.
당시 AIA생명은 지배회사인 AIA International Limited와 IFRS17 도입을 위한 부채결산 시스템 고도화와 결산 결과의 정합성 검증, 병행결산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전 부사장은 CFO 취임 직후부터 새 회계제도 전환 작업을 이어받은 셈이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에는 CFO 연임에도 성공했다. 새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로 2년 6개월가량이다. IFRS17과 K-ICS 도입 이후에도 계리가정과 건전성 제도 변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무관리의 연속성을 가져가는 선택으로 풀이됐다.
◇K-ICS 193%로 하락, 자본관리 부담 가중 전 부사장이 임시대표를 맡는 시점에도 자본관리는 주요 과제로 꼽힌다. AIA생명의 K-ICS비율은 2023년 말 304%에서 2024년 말 239%, 2025년 말 205%로 낮아졌다. 올해 3월 말에는 193%까지 내려왔다.
올 1분기 K-ICS 하락에는 시장금리와 계리가정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이자율 상승과 계리가정 변경 등으로 지급여력금액이 줄어든 반면 시장위험액 증가 등으로 요구자본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K-ICS는 전년 동기 235%보다 42%포인트 낮아졌다.
AIA생명의 자본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K-ICS상 가용자본인 지급여력금액은 지난해 9월 말 3조1331억원에서 12월 말 3조382억원, 올해 3월 말 2조9617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요구자본은 같은 기간 1조4884억원에서 1조4850억원, 1조5350억원으로 늘었다.
K-ICS상 가용자본은 손실흡수능력에 따라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구분된다. 특히 보완자본은 요구자본의 50%까지만 가용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기본자본을 중심으로 한 자본의 질 관리도 중요해지고 있다. 전 부사장이 CFO로서 재무건전성 관리 전반을 맡아온 가운데 향후 기본자본 규제 도입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 부사장의 임시대표 체제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AIA그룹은 고위 경영진에 대한 승계 계획에 따라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임시대표 체제가 한 달여 만에 종료됐던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정식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경영을 맡는 가교 역할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