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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올해 상반기에만 18조원 넘게 늘어난 가운데 사업부별 증가 양상은 확연히 갈렸다.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생산 중인 반도체 물량이,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부문은 완제품 생산에 투입할 부품과 소재를 미리 확보한 금액이 재고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이번에는 특별성과급이 재고자산에 반영되는 이례적인 회계 효과도 나타나면서 규모를 더 키웠다.
◇DS, 생산 과정 재공품에 특별성과급까지 올해 DS부문에서 늘어난 재고는 재공품에 집중됐다. 반도체는 웨이퍼 투입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수많은 공정을 거치는데, 이 제조 과정에 머물러 있는 물량이 바로 재공품이다.
DS부문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28조8059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8조567억원으로 9조2508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재공품은 22조741억원에서 29조7101억원으로 7조6360억원 늘었다. 전체 DS 재고 증가액의 82.5%가 재공품 증가에서 발생했다.
특히 이번 상반기에는 특별성과급 일부가 재공품 원가에 포함되면서 재고 증가폭을 키웠다. 생산 과정에 있는 재공품에는 해당 제품에 투입된 제조원가가 함께 반영된다. 특별성과급 가운데 제조원가로 처리되는 일부도 재공품 원가에 포함되는 구조다. 이후 해당 재고가 판매되면 관련 비용은 매출원가로 인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의 약 10.5%에 해당하는 특별성과급을 충당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상반기 DS부문의 특별경영성과급 관련 충당 규모를 약 17조6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충당금 전체가 재고로 잡히는 것은 아니다. 제조 현장 인력에 배부된 제조원가 성격의 비용 중 일부만 재공품 및 제품 원가에 산입되는 구조다. 실제 재공품 원가에 포함된 특별성과급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S부문은 특별성과급이 회계상 재고로 잡히는 부분이 있다”며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DX, 반도체 가격 상승에 원재료 재고 확대 DX부문에서는 제품이 완성되기 전 단계의 원재료와 저장품이 재고 증가를 주도했다. DX부문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TV·모니터,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완제품을 만들기 전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를 확보해야 한다. 생산을 위해 원재료를 미리 매입하면 해당 금액은 제품이 판매되기 전까지 재고자산으로 남는 구조다.
DX부문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20조3886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9조2607억원으로 8조8721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원재료 및 저장품은 10조7357억원에서 17조1887억원으로 6조4531억원 늘었다. DX부문 전체 재고 증가액의 72.8%에 해당한다.
반면 완제품을 의미하는 ‘제품 및 상품’은 7조4357억원에서 9조2646억원으로 1조8290억원 늘었다. 반제품 및 재공품은 1조596억원에서 1조6172억원으로 5575억원 증가했다. 완제품이 팔리지 않아 쌓인 재고보다 향후 제품 생산에 투입할 부품 및 소재를 확보하면서 늘어난 재고의 증가폭이 더 컸던 셈이다.
특히 DX부문의 재고자산 상승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맞물려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반도체를 파는 DS부문에는 호재지만 반도체를 사서 스마트폰이나 가전을 만드는 DX부문에는 원가 부담이 된다. DX부문이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원재료 확보에 나선 결과가 재고 증가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도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DX부문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부품 원가 상승을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X부문은 반도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재료를 확보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