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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현금 더 벌었지만 영업에서 42조 잠겼다

③운전자본도 반기만에 66% 증가…현금전환주기도 늘어

김지효 기자  2026-08-26 07:52:04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성적표는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합격점이었다. 반도체 호황 덕분에 현금창출력도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생산을 늘리고 원재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재고에 묶이는 현금 규모도 함께 커졌다.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자산·부채 변동은 42조원의 현금 감소 효과를 냈다.

매출채권까지 급증하면서 영업 과정에서 자금이 잠기는 현상 또한 심화됐다. 재고가 실제 매출로 이어져 최종 현금으로 회수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전년보다 늘어났다. 실적으로는 축배를 들었지만 그 결과를 회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재고 늘면서 영업 과정에 묶인 현금도 증가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본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은 크게 늘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145조3552억원으로 전년 동기 33조9410억원보다 4.3배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자산·부채 변동은 42조3540억원으로 현금흐름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전년 동기 3조2822억원보다 현금 감소 효과가 10배 이상 커졌다. 이는 재고자산과 매출채권뿐 아니라 매입채무 등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자산·부채 변동이 함께 반영된 결과다.

현금흐름뿐 아니라 재무상태표에서도 영업 과정에 묶이는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에서 매입채무를 뺀 운전자본은 지난해 말 90조7251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50조5934억원으로 59조8683억원 늘었다. 6개월 만에 66% 증가했다.

이는 생산과 판매가 활발해지는 과정에서도 현금이 바로 회수되지 않는 구간이 커졌다는 의미다. 원재료를 미리 사들이면 현금이 재고로 바뀌고 제품을 판매해도 대금을 바로 받지 못하면 매출채권으로 남는다. 반대로 매입채무가 늘면 현금 지출 시점이 늦춰져 운전자본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영업 과정뿐 아니라 설비투자에서도 현금 지출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며 올해 상반기 유형자산 및 무형자산 취득에 약 33조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늘어난 수준이다.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에 실제 현금이 지출된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설비투자뿐 아니라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도 재고와 매출채권 등에 현금이 묶이고 있다.

◇재고가 현금으로 돌아오는 기간 15일 늘어

재고와 매출채권이 늘었다고 해서 바로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쌓인 재고와 매출채권이 얼마나 빨리 현금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재고가 판매로 이어지는 데 걸리는 기간을 나타내는 재고자산회전일수(DIO)는 108.7일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3.7일보다 15일 길어졌다. 올해 재고 증가는 생산 중인 반도체와 앞으로 제품 생산에 사용할 원재료가 중심이었다. 판매를 앞둔 완제품뿐 아니라 아직 생산 중이거나 앞으로 생산에 투입할 재고가 늘면서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 데 걸리는 기간도 길어진 셈이다.

반면 제품을 판매한 뒤 돈을 받는 기간은 짧아졌다. 매출채권회전일수(DSO)는 44.1일로 지난해 51.8일보다 7.7일 줄었다. 매출채권이 88.6% 늘었지만 매출 증가폭이 더 커 회수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다.

재고와 매출채권, 매입채무를 함께 반영한 현금전환주기(CCC·Cash Conversion Cycle)는 126.2일로 지난해 122.6일보다 3.6일 늘었다. 매출채권 회수 기간은 짧아졌지만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영업 과정에서 현금이 묶여 있는 기간도 그만큼 길어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동시에 생산 확대와 원재료 확보 과정에서 재고와 매출채권 등에 머무는 자금도 커졌다. 재고자산회전일수가 전년보다 15일 길어진 만큼 상반기에 영업 과정에 묶인 자금이 얼마나 빠르게 현금으로 돌아오는지가 하반기 현금흐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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