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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그 이후

매출 4배 커진 리가켐, R&D 확대에 적자 폭 확대

①영업손실 5배 확대, 오리온 인수 후 파이프라인 확장 탓

김예린 기자  2026-09-02 08:21:32

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오리온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리가켐바이오를 인수한 지 2년 5개월이 지났다. 리가켐바이오의 외형은 기술이전 성과에 힘입어 인수 전보다 4배 이상 커졌으나 회계상 손실과 부채비율도 함께 확대됐다.

단순한 재무 악화나 경영 실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제조기업과 달리 바이오텍의 실적은 당기 손익보다 '기술이전→임상 진전→마일스톤 유입'의 선순환 여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회계상 적자는 확대됐지만, 주요 파이프라인은 비임상에서 임상 단계로 전진하며 본원적 기업가치를 키워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 4배 커졌지만…R&D 투자 확대로 회계상 적자 늘어

앞서 오리온의 해외 투자법인 PAN ORION은 2024년 3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4698억원)와 구주 매입(787억원)을 통해 지분 25.73%를 확보했다. 최대주주 오리온 품 속에서 리가켐바이오는 빠르게 외형을 확대했다. 2023년 341억원이던 연결 매출은 2024년 1259억원으로, 2025년 1416억원으로 늘었다.

매출 성장을 견인한 것은 항체·약물 결합체(ADC) 플랫폼의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 성과다. LCB14(중국 포순제약)·LCB71(중국 CStone)·LCB73(영국 익수다)·LCB84(미국 얀센)·LCB97(일본 오노약품공업) 등 주요 파이프라인의 라이선스아웃이 이어지며 신약사업부문 기술이전 매출은 2023년 128억원에서 2024년 1054억원, 2025년 1212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오노약품공업에 기술이전한 LCB97 관련 마일스톤 유입이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다만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따른 R&D 투자가 더 빠르게 늘면서 회계상 손실은 다시 커졌다. 연결 기준 영업비용은 2023년 1150억원에서 2024년 1468억원, 2025년 2480억원으로 불어났다. 2025년 영업비용은 매출원가와 판관비, 연구개발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연구개발비에 투입한 금액만 2169억원으로, 전체 영업비용의 87%에 해당한다. 신약 파이프라인에 투입되는 연구개발비가 비용 증가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인수 직전 해인 2023년 808억원에서 인수 당해인 2024년 209억원으로 대폭 줄었지만, 인수 2년차인 2025년 다시 1065억원으로 확대됐다.


◇반짝 흑자 뒤 최대 손실, 부채비율도 상승

당기순손익 역시 큰 폭으로 출렁였다. 2023년 737억원이던 순손실은 2024년 7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오리온의 유상증자 대금(4698억원) 유입에 따라 예치금 이자수익(198억원)과 금융수익(142억원)이 급증해 영업손실을 상쇄한 덕이다. 그러나 2025년 R&D 투자 폭증으로 순손실은 916억원으로 다시 적자 전환했다.

부채비율은 2023년 27.9%, 2024년 19.9%, 2025년 29.7%, 2026년 상반기 34.7%로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이는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 위험이라기보다 종속기업 편입에 따른 회계상 부채 인식의 영향이 컸다.

리가켐바이오는 2025년 3월 말 영국 ADC 개발사 익수다를 연결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실제 지분율은 26.58%에 그치지만, 주주간 약정에 따라 위임받은 의결권이 77.14%에 달해 지배력이 인정됐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 지분에 대한 풋옵션 의무(581억원)와 무형자산 평가에 따른 이연법인세부채(311억원) 등 총 892억원의 비유동부채가 회계상 신규 계상됐다.

올 상반기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줄어든 414억원, 영업손실은 1094억원으로 확대됐다. 마일스톤 유입 시점에 따라 분기 손익이 출렁이는 구조가 반영된 탓이다. 하지만 반기 손실만으로 사업 가치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표 자산인 LCB97의 경우 기술이전 당시 비임상 단계였으나, 오노약품(개발명 ONO-7429)을 통해 2026년 상반기 임상 1상에 돌입하는 등 임상 단계로 순조롭게 진전됐다.

◇5000억 실탄 추가 수혈, 손익 반등 핵심 과제로


오리온 연결재무제표에서 리가켐바이오는 종속기업이 아닌 지분법 적용 관계기업으로 잡힌다. 지분율이 20%대 수준으로, 독보적 지배력이 아닌 유의적 영향력 수준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오리온이 보유한 리가켐바이오 지분(936만3283주)의 장부금액은 지분법손실이 누적되며 2024년말 6922억원에서 2025년말 6558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이 지분을 각 연말 종가로 환산한 시가평가액은 같은 기간 1조206억원에서 1조6264억원으로 늘었다. 회계장부상 가치는 줄어드는데 실제 주식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는 늘어난 모습이다.

오리온 입장에서는 리가켐바이오가 종속기업이 아닌 지분법 관계기업으로 묶여 있어 재무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회계장부상 가치는 지분법손실 누적으로 소폭 줄었지만,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는 오히려 크게 늘어나며 지분 가치 상승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실탄 보강도 이어졌다. 리가켐바이오는 올 7월 CB 1700억원, CPS 3300억원을 발행하며 총 5000억원을 조달했다. 국민성장펀드 첨단전략산업기금이 2500억원을 투입했고, 대주주 오리온도 125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회계상 적자는 불어났지만 파이프라인은 착실히 전진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 확충으로 연구개발 지속성을 확보한 만큼, 추가 투입된 자본이 임상 단계 진전과 후속 대형 기술이전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되며 기업가치를 증명해낼지가 오리온 바이오 투자의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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