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다이글로벌이 조선미녀, 스킨1004, 티르티르, 라운드랩 등 K뷰티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하며 몸값을 10조원대로 끌어올렸다. 공격적 M&A로 외형과 이익을 동시에 불린 결과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4718억원, 영업이익은 273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94%, 98% 폭증했다.
상장 문턱에서 발목을 잡는 요인은 실적이 아닌 지배구조다. 핵심은 자회사이자 스킨1004 운영사 크레이버코퍼레이션. 구다이글로벌은 티엠뷰티를 통해 미래에쿼티파트너스, 더터닝포인트 등 FI들과 2450억원을 들여 크레이버를 공동 인수했다. FI들에 약속한 회수 창구는 일본 상장이었다. 일본에 크레이버홀딩스를 세우고 티엠뷰티 보유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형태로 플립을 마치며 요건도 갖췄다.
문제는 순서다. 거래소가 자회사의 해외 IPO도 중복상장으로 간주해 모회사의 국내 상장 승인에 엄격한 잣대를 대기 시작했다. 크레이버가 도쿄증시에 먼저 입성하면 중복상장 규제로 구다이글로벌의 심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크레이버의 그룹 연결 실적 비중이 큰 만큼, 상장 시 주가 흐름에 따라 구다이글로벌의 밸류에이션도 흔들릴 수 있다. 구다이글로벌 FI들이 크레이버 상장 여부를 주시하는 이유다.
반대로 구다이글로벌이 먼저 상장하면 중복상장 규제 탓에 크레이버의 일본 상장 자체가 무산될 공산이 크다. 크레이버 FI들 사이에서는 상장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경계감이 감지된다. 어느 쪽도 손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구다이글로벌은 해결책으로 크레이버 FI 지분을 사들여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2년 전 FI들이 크레이버에 추가 투자하는 과정에서 적용한 기업가치인 3000억원의 4배에 달하는 1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눈높이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각자 상장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순서를 둘러싼 셈법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구다이글로벌로선 FI와의 신뢰를 지키면서도 성장 스토리를 훼손하지 않는 협상 카드를 내놔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M&A마다 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한 만큼 FI와의 신뢰 균열은 치명적이다.
관전 포인트는 천주혁 대표와 이상현 CFO를 비롯한 경영진이 이 순서의 방정식을 얼마나 정교하게 풀어내느냐다. FI와의 재협상으로 신뢰를 지키는 동시에 IPO 흥행으로 시장에 성장성을 입증해야 한다. 상장예심 청구를 목전에 둔 지금, 구다이글로벌 IPO의 성패는 실적표가 아니라 이 딜레마를 풀어내는 협상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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