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의 현금창출력이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본업인 백화점 부문의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년 새 1000억원 넘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 규모도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흑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총차입금은 반년 만에 5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3조원을 다시 넘어섰다.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단기 조달로 대체하고 그 자금을 금융자산 형태로 쌓아두면서다. 더현대부산과 더현대광주 등 2조원에 육박하는 출점 투자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백화점이 끌고 지누스가 발목, 현금창출력 '정체'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연결 기준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2022년 5835억원에서 지난해 6913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EBITDA 마진은 13.6%에서 19.2%로 높아졌다. 면세점 부문의 적자 축소와 백화점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맞물린 결과다.
올해 상반기에는 흐름이 다소 주춤했다. 상반기 OCF는 3554억원으로 전년 동기(3653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이 24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7% 늘었지만 가구 제조 부문인 지누스가 56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상승분을 상쇄했다. 지누스는 지난해 상반기 56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미국 매출이 반토막 나며 적자로 돌아섰다.
운전자본 부담도 커졌다. 상반기 재고자산이 992억원 늘면서 운전자본에 808억원의 현금이 묶였다. 이에 따라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2746억원으로 전년 동기(3619억원)보다 900억원가량 감소했다.
다만 설비투자 부담이 줄면서 잉여현금흐름은 개선됐다. 상반기 자본적지출(CAPEX)은 1849억원으로 전년 동기(3648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배당금 지급 이후 FCF는 54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현대백화점의 CAPEX는 2022년 2608억원에서 지난해 5830억원까지 늘었지만 같은 기간 FCF는 매년 흑자를 유지했다.
◇단기조달 늘려 유동성 비축, 차입구조는 '단기화' 현금흐름이 양호했음에도 차입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한기평 기준 현대백화점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2조5523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조1149억원으로 5626억원 늘었다. 2022년 말(3조282억원) 이후 처음으로 3조원을 다시 넘어섰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78.3%에서 87.6%로, 차입금의존도는 22.7%에서 26.1%로 상승했다.
차입 확대는 설비투자보다는 금융자산 취득과 맞닿아 있다. 상반기 투자활동 현금유출은 8609억원으로 전년 동기(5941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을 1조2774억원어치 취득하고 8589억원어치 처분하며 약 4185억원을 순취득했다. 지난 4월 영업을 시작한 인천공항 면세점 DF2 구역 운영 개시 등과 맞물려 보증금도 1570억원 늘었다.
빌린 돈의 상당 부분이 금융자산으로 쌓이면서 순차입금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현대백화점의 현금성자산은 1조5063억원에서 1조8579억원으로 늘었고 순차입금은 1조460억원에서 1조2570억원으로 2110억원 증가했다. 순차입금/EBITDA 배율은 1.6배 수준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조달 구조다. 현대백화점은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 3500억원과 장기차입금 1136억원을 상환하고 그 자리를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으로 채웠다. 전단채 잔액은 3300억원에서 6450억원으로, CP 잔액은 3200억원에서 49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단기차입금은 9257억원에서 1조6185억원으로 급증했다.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총차입금의 70%에 육박한다.
향후 투자 부담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2027년 더현대부산, 2028년 경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2029년 더현대광주 개점을 추진하고 있다. 세 곳의 총 예정 투자액은 2조7310억원으로 이 가운데 1조8818억원이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 특히 더현대광주는 남은 투자액만 1조1257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본업의 현금창출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지누스의 수익성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대규모 출점 투자가 몰리는 시기에 단기 위주로 짜인 차입 구조를 장기로 전환하는 작업도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