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산업이 식품사업을 다시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다. 2019년 하림식품을 흡수합병한 지 7년 만에 부동산 개발과 식품사업의 운영 주체를 나누는 결정이다. 당시에는 자금운용과 관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법인을 합쳤지만 이번에는 양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식품사업을 신설회사인 하림식품에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번 재편은 사업뿐 아니라 각 법인이 책임지는 채무의 범위도 구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림식품은 분할계획에서 승계하기로 정한 채무만 책임지고 나머지는 존속 하림산업이 부담한다. 실제 채무 배분은 두 회사가 향후 감당할 재무 부담과 자금조달·투자 여건을 살필 핵심 변수로 여겨진다.
◇자금·관리 효율 위해 통합…7년 만에 사업별 운영으로 27일 하림산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식품사업부문을 단순·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존속회사 하림산업은 부동산 개발사업을 맡고 신설회사 하림식품은 식품사업을 이어받는다. 분할기일은 오는 12월 1일로 예정돼 있다.
하림산업과 하림식품은 과거에도 별도 법인으로 존재했다. 하림산업은 2019년 10월 하림식품 흡수합병을 결정하고 같은 해 12월 1일 합병을 완료했다. 당시 두 회사는 모두 엔에스쇼핑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였다.
당시 내세운 합병 목적은 사업 경쟁력 강화와 자금운용 효율화였다.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별도 법인 운영에 따른 관리비용을 줄이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두 법인을 하나로 묶어 사업과 자금을 운영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던 셈이다.
이번 재편은 사업별로 법인을 나누는 방향이다. 회사는 존속 하림산업이 본격 추진을 앞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신설 하림식품에는 식품 제조·가공과 식자재 유통, 식품 물류사업을 배치한다.
계획대로 분할이 이뤄지면 과거 합병일로부터 정확히 7년 만에 식품사업을 다시 별도 법인에서 운영하게 된다. 다만 이번에 신설하는 하림식품을 과거 법인의 단순한 복원으로 볼 수는 없다. 현재 하림산업에서 분할하는 식품사업부문을 승계하는 새로운 법인이기 때문이다.
◇연결 구조 유지해도 채무 책임은 각각…우발채무도 배분 분할 이후에도 하림지주는 하림산업과 신설 하림식품의 지분을 각각 100% 보유한다. 회사 측은 이에 따라 하림지주의 연결재무제표상 실적과 자산 구조에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룹 전체의 재무 수치가 유지되는 것과 개별 법인이 부담하는 채무의 범위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분할계획에 따르면 신설 하림식품은 분할 전 하림산업의 채무 가운데 승계하기로 정한 채무에 대해서만 책임을 부담한다. 존속 하림산업은 신설회사가 부담하지 않는 나머지 채무를 책임진다. 이를 위해 회사는 10월 28일부터 11월 30일까지 채권자 이의제출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이러한 책임 구분은 각 법인의 재무 부담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분할 후에는 각사가 넘겨받은 자산과 부담할 채무를 바탕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무의 규모와 만기, 담보 조건 등에 따라 향후 자금조달과 투자 여건도 달라질 수 있다.
향후 드러나는 우발채무와 소송 등의 귀속 기준도 정했다. 분할기일 이전의 행위나 사실로 인해 이후 발생하거나 확정되는 채무는 원인이 된 사업부문이나 재산의 귀속 등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배분한다. 이미 발생했지만 인지하지 못해 분할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채무 역시 같은 기준으로 귀속을 정한다.
다만 채무 책임을 나눈다는 조항만으로 식품사업이 개발사업의 재무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구체적인 이전 자산과 부채는 분할계획서와 분할승계재산목록에 따라 정한다.
하림산업은 분할기일까지의 영업·재무활동에 따른 변동 등을 반영하고, 이전 재산의 가액은 분할기일 현재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공인회계사의 검토를 받아 확정하도록 했다. 이번 재편의 재무적 효과도 최종적으로 각 법인에 어떤 자산과 채무가 남는지에 따라 구체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할 이후 각 법인이 어떤 자산과 채무를 보유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차입금뿐 아니라 담보와 지급보증까지 어떻게 배분되는지 살펴야 자금조달과 투자 여건의 변화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