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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우리금융, 은행장 절반이 CFO 출신

③내부출신 행장 6명 중 3명이 경영기획그룹장 경험…경합벌인 CFO도 4명

최필우 기자  2022-11-30 10:59:54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우리은행 역대 내부 출신 행장 중 절반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CFO가 글로벌, IB, 경영지원 등에 비해 높은 확률로 행장을 배출하는 요직인 셈이다. 행장에 도전했다가 아쉽게 고배를 마신 CFO 출신 임원도 다수다.

역대 우리은행장은 총 9명이다. 이종휘·이순우·이광구·손태승·권광석 전 행장과 이원덕 행장 등 6명이 내부 출신이고 이덕훈·황영기·박해춘 전 행장 등 3명은 외부 출신이다. 내부 출신 중 이종휘·이광구 전 행장, 이원덕 행장은 CFO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행장에 올랐다.




◇이종휘 핵심 커리어 '재무'…이광구·이원덕 CFO 거치며 입지 강화

이종휘 전 행장은 첫 내부 출신 행장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은행에 입행해 경력 초반 주로 영업점에서 근무했다. 그는 재무라인에 합류하면서 본사에 자리 잡았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통합으로 한빛은행이 출범하면서 재무기획팀장을 맡았다. 재무기획팀 근무 직후 임원이 됐고 2003년 경영기획본부 부행장으로 은행 재무를 총괄했다. 2008년엔 CFO 출신 중 처음으로 행장 자리에 오른다.

이후 경영지원본부 출신인 이순우 전 행장을 거쳐 이광구 전 행장이 CFO를 거쳐 CEO가 됐다. 그는 우리금융의 민영화 시도가 한창이던 2012년 경영기획본부 부행장을 맡았다. 민영화 핵심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매각이었다. 이 과정을 CFO로 경험한 이 전 행장은 2014년 행장에 취임했고 2016년 지분 매각으로 민영화를 성사시킨다.

이후 글로벌 출신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IB를 경험한 권광석 전 행장을 거쳐 이원덕 행장이 CFO 출신 행장 명맥을 이었다. 이 행장은 2018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준비하던 우리은행의 재무라인을 책임졌다. 지주 출범 후에는 손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하며 2인자 자리를 굳혔고 2022년 행장에 취임했다.




◇손태승과 경합한 최병길도 CFO…유력 후보였던 '민영화 공신' 김승규

우리은행 CFO는 행장이 되진 못하더라도 도전장을 낼 수 있는 자격으로 충분했다. 최병길 전 경영기획본부 부행장은 행장에 근접했던 인물이다. 상업은행 출신인 최 전 부행장은 2017년 행장에 도전해 한일은행으로 입행한 손 회장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최 전 부행장은 CFO, 손 회장은 전략과 글로벌을 거쳤다는 점도 관전포인트였다. 결국 손 회장이 행장 자리를 거머쥐며 당시 삼표시멘트 대표였던 최 전 부행장은 우리은행 복귀 기회를 놓쳤다.

이광구 전 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던 2017년 행장 선임 과정은 CFO 출신들의 각축전이었다. 행장 후보 지원서를 제출한 11명 중 5명이 CFO를 경험했다. 이광구 전 행장도 CFO 출신이었을 뿐만 아니라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조용흠 전 부행장, 김병효 전 부행장 모두 우리은행 CFO를 거쳤다. 지주에서 CFO를 했던 윤상구 전 전무도 이때 도전장을 냈다.

이 중 김승규 전 부사장은 이광구 전 행장의 맞수로 꼽혔고 이후 손 회장과도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그는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에서 모두 CFO를 경험한 유일한 인물이다. 이순우 전 회장은 민영화를 주도한 재무라인 총책으로 우리은행 CFO 출신인 그를 지주 CFO로 끌어 올렸고 예금보험공사와 협상 채널을 맡겼다.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계열사를 매각해 민영화 물꼬를 트는 데 가장 큰 공이 있는 인물로 그룹 재건 역할도 가능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행장 자리와는 결국 인연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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