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는 지난해 단기 유동성 확보에 집중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경색 우려가 시장 전반에 확산되면서 너도나도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건 영향이 컸다. 시간이 흘러 빚을 갚아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더벨이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악조건 속에서 건설사의 사채 및 차입금 상환 계획을 살펴봤다.
포스코이앤씨는 재무 펀더멘털 측면에서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최근 상당 규모의 차입이 이뤄졌지만 풍부한 순현금 덕분에 아직까지 무차입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부채비율도 100% 초반대로 준수하다. 덕분에 부채 상환 일정이 타이트하진 않다. 향후 금리 변화 추이를 지켜보며 상황에 따라 차환을 할지 상환을 할지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재무제표상 포스코이앤씨의 부채총계는 3조8100억원대다. 3조5200억원대였던 전년 말 대비 소폭 늘었다. 최근 3개년 흐름으로 보면 매년 약 3000억원씩 부채가 늘어나는 추이다.
부채 중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1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총 차입금 6400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편이다. 다만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도급순위 5위권 안팎의 상당수 건설사들의 차입금 규모가 2조~3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규모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단기간에 차입금을 늘린 건 전략적 선택이었다. 국내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올해 이후 더 커질 수 있는 자금 조달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시장 투심이 아직 좋지 않고 시간이 더 걸리는 회사채 발생보다 즉시 조달이 가능한 금융권 차입 방식을 택했다. 부채 구조가 과중하지 않고 이자 부담 여력이 충분했기에 고를 수 있는 선택지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7~9월 사이에 총 3000억원 규모의 금융권 단기 대출이 실행됐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으로부터 3개월 CD금리에 1%대를 가산하는 변동금리로 각각 1300억원과 1000억원 규모 단기 차입금을 조달했다. 농협은행과 수협은행, BNP로부터 비슷한 수준의 변동금리로 200억~500억원 규모의 단기 대출을 받았다.
'0원'이었던 장기차입금이 지난해 말 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HSBC와 중국은행, 미래에셋증권 등으로부터 조달한 총 2000억원 규모의 장기 차입금(만기 2년)도 모두 8~9월에 실행됐다. 지난해 3분기에만 5000억원 규모의 신규 장·단기 대출이 이뤄진 셈이다.
반면 회사채 발행 잔액은 1년 사이 줄어들었다. 2021년 말 62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700억원으로 3500억원 가량을 털어냈다. 발행 액면가(2700억원)에서 사채 할인발행차금을 제외한 장부금액으로는 유동성 사채 장부금액이 약 899억원, 비유동성 사채 장부금액이 약 1797억원이다.
포스코이앤씨 사옥 전경
눈여겨 볼 점은 1년 내 갚아야하는 유동 부채의 상환 계획을 어떻게 수립하고 있는 지에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약 4100억원이다. 이 중 약 1100억원 상당은 이미 만기 연장을 해 놓은 상태다. 건설공제조합으로 조합원 자격으로 저금리에 차입한 400억원은 오는 6월에 만기가 도래하지만 만기를 연장키로 합의가 완료됐다. 우리은행과 HSBC로부터 빌린 700억원은 약정 한도 내에서 수시로 차입 및 상환이 가능한 리볼빙론이다. 개별 대출과 달리 대부분 동일 한도로 연장이 가능한 부채라 사실상 단기 차입금에서 제외해도 되는 물량이다.
이외에 올해 만기 도래 부채는 30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과 900억원 규모의 회사채다. 이를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적으로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금리 추이를 보고 현금 상환과 차환 중 가장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보다 금리가 안정세를 보일 경우 차환을 통해 차입 규모를 비슷하게 유지해나갈 수도 있다. 반면 금리 여건이 악화될 경우 보유 현금으로 일시 상환하는 쪽도 고려 중이다.
상환 계획을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배경은 넉넉한 현금에 있다. 유사 시 현재 보유하고 있는 단기부채를 모두 일시 상환해야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자체 현금으로 모두 커버가 가능하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몇 년간 순현금 규모가 총 차입금보다 많은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유지 중이다.
현금성자산의 절대 규모로 보더라도 주요 대형사들 대비 넉넉한 편이다. 한기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포스코이앤씨의 현금성자산은 1조5000억원대다. 1조3000억~1조4000억원 수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인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보다 많다.
부채비율이 준수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 역시 상환 계획을 여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배경이다. 지난해 차입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이앤씨의 지난해말 부채비율은 117%대에 그쳤다. 수천억원대의 회사채 상환과 호실적을 통한 자본 증가가 차입금 증가분을 상쇄했다. 현금흐름 역시 높아진 차입 이자를 감당하기에 양호한 수준이다. 이자 감당 능력(EBITDA/총금융비용)이 여전히 두자릿수를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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