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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표심 분석

원익QnC, 고객사 CFO 출신 감사 'NO'

국민연금, 이명영 전 SK하이닉스 CFO 반대

이경주 기자  2023-04-19 07:39:35

편집자주

2018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 원칙)'를 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주식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상황이 바뀌자 주주총회 현장은 과거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 시장의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쏠린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진 상황. THE CFO가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과 그 결과를 리뷰한다.
반도체 소재기업 원익QnC(원익큐엔씨)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이명영 상근감사 신규선임건에 대해 반대했다. 이명영 감사(사진)가 원익QnC의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에서 수년전까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한 이력을 문제 삼았다.

감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핵심 경영현안을 심의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반도체 시장이 불황이라 SK하이닉스와 원익QnC 거래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시점이다. 이명영 감사가 행여 SK하이닉스에 유리한 의견을 낼 우려가 있다는 것이 반대 '요지'다.

원인Qnc는 올 3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명영 감사를 신규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최대주주측 지분율이 지난해 말 기준 40.58%에 달해 안건은 무리 없이 통과했지만 3대주주인 국민연금(7.57%)이 반대해 찝찝함을 남겼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세부기준 32조에 근거해 반대했다. 중요한 거래관계에 있는 회사에 최근 5년 내 재직했던 임직원에 해당하는 경우라는 것이 사유다.

이명영 감사는 SK그룹 재무통으로 C레벨까지 오른 인사다. 1987년 유공 경리부로 입사해 2008년 SK가스 경영지원이사, 2010년 SK네트웍스 글로벌회계담당 상무를 지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SK하이닉스 재경실장을 맡았는데 해당 이력을 문제 삼은 것(5년 내 재직)으로 보인다. 이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도 맡았다.

SK하이닉스가 원인Qnc와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는 고객사다. 원인Qnc는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를 보호하는 부품인 쿼츠(QUARTZ) 제조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특히 쿼츠는 일정 기간 사용 후에 교체를 해야 하는 소모성 부품이다. 원인Qnc 입장에선 고객사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매출성장은 신규공정용을 수주했을 때 가능하다. 고객사가 증설할 때 사활을 걸어야 한다.
원익Qnc 쿼츠 제품(사진:홈페이지)
원인Qnc는 반도체 업계에 닥친 불황에도 지난해까진 뛰어난 수익성을 보여왔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832억원에 영업이익 11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6241억원)은 25.5%, 영업이익(868억원)은 32.7%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4.7%로 0.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고객사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수급불균형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냈다. 2012년 3분기 이후 10년만의 첫 분기적자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국민연금 등이 거래처 출신 임원의 사외이사나 감사선임을 반대하는 이유는 친정에 유리한 의사를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영업측면에서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가 있을 수는 있는데 이 경우엔 지배구조 투명성을 위해 감사보다는 기타비상무이사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원인Qnc는 국민연금 반대와 관련한 입장을 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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