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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Story

LG유플러스 신용등급 도약 주역 '여명희 전무'

LG데이콤 금융팀장 시절 신용도 다섯 단계 상승, 4년 만에 달성한 성과

김형락 기자  2023-06-14 08:45:00

편집자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로 실적, 재무 목표 등을 제시하며 숫자로 소통한다. 평가도 결과물인 숫자로 받는다. 성과를 만들기까지 수행한 고민과 구체적인 노력,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점 등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리더십과 재무 관련 업무 노하우를 말할 기회도 흔치 않다. THE CFO는 숫자 이면에 담긴 CFO들의 찾아서 이야기를 전한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리스크책임자(CRO)(전무)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여럿이다. 공채 출신 임원, LG유플러스 첫 여성 사내이사 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CFO로 데뷔한 건 지난해 12월이다.

사회생활 출발선은 데이콤이었다. 1989년 공채로 입사했다. 여 전무는 당시 신입사원(50명) 중 유일한 여성 합격자였다. 데이콤은 자체망을 구축해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전용 회선 서비스(DLS) 사업을 펼치던 곳이었다.

LG그룹과 인연은 1999년 맺었다. 당시 LG전자(지분 25.95%), LG정보통신(23.11%), LG산전(6.12%) 등이 데이콤 경영권을 인수했다. 데이콤은 2001년 1월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데이콤은 2002년 광케이블망을 보유한 파워콤 경영권(지분 45.4%)을 인수하고, 2005년 시내전화 서비스 등을 개시하며 전화와 인터넷을 사업 양대 축으로 만들었다. 2006년 데이콤은 LG데이콤으로 파워콤은 LG파워콤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 금융팀장 시절 신용등급 BBB→AA-로 상승, 논리력 갖춰 신용평가 대응

여 전무가 두각을 나타낸 건 LG데이콤 금융팀장(2005~2009년) 시절이다. 신용등급 관리로 정평이 났다. 여 전무가 금융팀장으로 있는 약 4년 동안 LG데이콤 신용등급은 BBB에서 AA-로 다섯 계단 상승했다. 곳곳에서 여 전무에게 신용등급 관리 자문 요청이 빗발쳤다.

여 전무가 금융팀장으로 있을 때 LG그룹의 통신사업은 3개 계열사로 나뉘어 있었다. LG데이콤은 LG파워콤을 자회사로 두고, 전화 사업과 인터넷 사업을 담당했다. 이동통신 사업은 LG텔레콤에서 전담했다. 2010년 LG텔레콤이 LG데이콤과 LG파워콤을 흡수합병해 LG유플러스로 바뀌기 전까지 신용평가도 3사가 따로 받았다.

LG데이콤의 경쟁사는 KT와 SK브로드밴드였다. 전화 사업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KT는 2005년부터 공모채 신용등급이 최고 등급인 AAA였다. 당시 유선전화 시장 업계 2위인 LG데이콤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KT에 이어 2위 지위에 있던 SK브로드밴드는 신용등급이 BBB로 동일했다.


여 전무는 LG데이콤에서 회계처리부서인 회계팀장을 거쳐 2005년 자금운영부서인 금융팀장을 맡았다. CFO 산하에서 분기별 실적을 작성하고, 공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였다. 여 전무는 지난달 LG유플러스 사내 임원 인터뷰에서 LG데이콤 금융팀장 시절 신용등급 관리 비결 이렇게 털어놨다.

"다양한 자료를 정리하고, 논리를 만들어서 어필했죠.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요. 회사의 사업 기량을 시장 내에서도 인정받게 된 것 같아 매우 자랑스러웠고요. 금융 역량이 강화되면서 안정적으로 투자와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매우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죠."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단순히 재무 지표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정량·정성적 요소를 고려해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사업 안정성, 영업 효율성 등을 평가하는 사업 분석에서 금융팀장이 타당한 사업 경쟁력을 제시한다면 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여 전무가 신용평가를 받을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이기도 하다.

2009년 8월 LG데이콤 신용등급이 A+에서 AA-로 올라갈 때도 사업 요인과 재무 요인이 두루 반영됐다.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와 신용등급 격차가 벌어진 것도 이때다. SK브로드밴드는 2년 뒤인 2011년 9월 A+에서 AA-로 상승했다. 3사 합병으로 탄생한 LG유플러스는 2013년 AA-에서 AA로 신용등급이 한 단계 더 올랐다.

LG데이콤은 자회사 LG파워콤과 협업 체제를 구축해 사업 역량 확충한 점이 주요 평정 요인에 포함됐다. 2009년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을 올리면서 LG데이콤이 도매 부문(기업 고객)에서 견고한 사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자회사를 통한 소매 부문에서의 가입자 증대를 기반으로 유선 시장 내 시장 지위가 향상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 소통하는 리더 지향, 업무가 막힐 땐 기본으로 돌아가

여 전무는 2010년부터 LG유플러스에서 경영관리실 경리담당으로 일했다. 2011년에는 경영관리실 회계담당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2011년 12월 상무로 승진하면서 임원을 달았다. 2017년부터는 CFO·최고위기관리책임자(CRMO) 산하 경영기획담당 임원으로 있으면서 수익성 분석이나 투자·비용 관리, 실적 검증 등을 총괄했다. 2020년 11월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지난해 CFO를 맡으면서 LG유플러스의 수익성 개선 전략과 기업가치 제고 등을 책임지고 있다. 사내 자금 관리, 예산 편성 등 전반적인 기획·재무 영역 업무를 여 전무가 총괄한다.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 전략을 수립도 여 전무 몫이다.

출처: LG유플러스 블로그

여 전무는 C레벨 임원으로 소통하는 리더를 지향한다. 올해 CFO로서 목표는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재무 체력 확보와 기업가치 제고로 설정했다.

"직급 상관 없이 실무자들과 얼굴 보고 직접 의논하는 걸 선호해요. 덕분에 고충도 더 잘 듣게 되고 리더로서 도움도 많이 됩니다."

막막할 땐 기본으로 돌아가 답을 찾는다. 특별한 루틴은 없다. 다른 음료보다 물 많이 마시기, 일하다 의자에서 자주 일어나기, 바빠도 주 3회 유산소 운동하기 등을 꾸준히 지킨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언제나 '왜'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요. 이 일을 왜 시작했는지, 왜 이렇게 하고 있는지를 되짚어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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