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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재고 늘리는 이유 '비싼 차 판매 확대'

상반기 말 제품 재고자산 전년 대비 47%↑…원재료비 하락 틈타 원재료 재고도 확충

강용규 기자  2023-08-21 16:57:18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현대자동차가 부가가치 높은 차종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확대하는 전략에 힘을 더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미 제품, 즉 완성차 재고를 공격적으로 불려 뒀으며 원재료 역시 지난해 이후 가격 하향세를 틈타 재고를 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2023년 2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재고자산 총계가 17조41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27.5% 늘었다. 이 기간 재고자산 중에서도 제품 재고가 6조9401억원에서 10조2298억원으로 47.4% 증가하며 전체 재고자산 증가를 이끌었다.

현대차의 재고자산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최근 몇 분기 동안 지난해 4분기 일시적으로 감소한 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음이 나타난다. 다만 제품 재고의 경우 감소 없이 꾸준하게 늘었다. 현대차의 제품 재고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품 재고는 판매를 위해 준비하는 자산이다. 이를 고려하면 제품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의 재고자산 증가는 완성차 판매량을 늘리는 데 힘을 더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차의 완성차 판매량은 2021년 389만1000대에서 지난해 394만3000대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208만2000대 판매고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10.8% 증가했다.

다만 현대차는 올해 판매량 목표치를 432만1000대로 잡고 있는 만큼 하반기 판매량 확대에 더욱 힘을 실을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를 위해 선제적으로 제품 재고를 확보해 둔 것이다.

판매량 증가뿐만 아니라 고부가 차종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것 역시 현대차의 제품 재고금액 증가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의 완성차 판매량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7.3%에서 지난해 51.5%, 올해 2분기 52.8%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 비중 역시 5.1%에서 5.9%로 높아졌다.

값비싼 차량 위주로 판매 믹스를 구성하며 현대차의 제품 판매가격도 비싸지고 있다. 현대차의 RV(레저용 차량)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에서 평균 4592만원, 해외에서 6172만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4685만원, 해외 6666만원으로 각각 2%, 8%씩 올랐다. 이 기간 승용 모델은 국내 11%, 해외 17%로 평균 판매가격 상승폭이 더욱 컸다.

현대차는 하반기 판매량 확대를 위해 완성차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준비도 면밀히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의 재고자산 중 원재료 재고는 지난해 말 3조460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3조8352억원으로 10.8%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기간 현대차의 원재료비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자동차강판의 원재료 철광석은 지난해 톤당 평균 120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18달러로, 부품의 주요 원재료인 알루미늄은 2703달러에서 2329달러로 각각 낮아졌다.

원재료비 부담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원재료 재고의 평가금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차가 원재료 재고의 실제 수량을 늘리는 데 공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동화 전환 가속화 등으로 원재료 소요가 늘고 있어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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