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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시총분석

100억 버는 루닛, 조단위 제약사와 '몸값' 맞먹은 비결

시총 3조 껑충…해외시장 등에 업고 견조한 매출 성장, 국내 저변 확대 기대감도

차지현 기자  2023-09-11 07:31:28

편집자주

시가총액이 반드시 기업가치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업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상황을 보여주는 좋은 잣대가 되기도 한다.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 등이 빠르게 반영되고 시장 상황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코스닥에 상장된 상위 20개 제약바이오 회사의 시가총액 추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이슈와 자본시장의 흐름을 짚어본다.
인공지능(AI) 의료 기업 루닛의 시가총액이 3조원을 넘어섰다. 연간 100억원 남짓을 올리기 시작한 바이오텍이 상장 1년 2개월 만에 조단위 매출을 내는 국내 굴지의 제약사와 맞먹는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

가시화한 성과, 개화한 AI 의료 시장, 명확한 중장기 성장 비전이 맞물린 결과다.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지속해서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주가 고공행진, 석 달 새 몸값 1.3조→3조

루닛이 7일 종가 기준 주가가 24만7500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3조원대로 확대됐다. 지난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지 1년 2개월여만이다. 50년 업력을 자랑하며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코스피 상장사 한미약품의 시총 3조7500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3조원을 벌어들이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시총 1조5000억원보다는 두배가량 높다.

루닛 주가는 5일 하루에만 30% 급등했다. 지난 4일 17만7800원에 장을 마쳤던 주가가 7일 24만7500원까지 올랐다. 6일 서범석 대표이사가 합의 이혼에 따라 재산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지분이 낮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주가는 오름세를 보였다. 7일엔 장중 26만8000원을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주가 상승세에 불이 붙은 건 6월이다. 5월 30일 종가 기준 8만2500만원을 기록해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6월 26일 17만2400원까지 치솟으며 한 달 새 몸값이 2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달 말부터 다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건 외국인 매수세다. 5일 외국인 순매수액이 570억원에 달했다. 전날보다 약 10배 늘어난 수치다.

◇매출·커지는 시장·중장기 비전 삼박자로 약진

이 같은 고공행진은 가시화한 성과, 커지는 AI 의료 시장, 명확한 중장기 성장 비전이 어우러진 결과다. 루닛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솔루션을 개발한다. 핵심 강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이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세계경제포럼(WEF) 기술선도기업(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으로 선정됐고 다수 AI 국제대회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자를 제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경험을 보유했다.

이를 기반으로 암을 진단하는 AI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 여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출시했다. 특히 가던트헬스, 후지필름, 필립스 등 내로라하는 해외 파트너사와 손잡고 저변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들이 의료장비를 팔 때 루닛 제품을 탑재해 같이 판매하도록 하는 모델이다.

성과도 난다.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에만 매출 164억원을 내며 작년 한 해 매출(139억원)을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했다. 아직 적자 상태지만 돈 버는 기업 반열에 오르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AI 의료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점 역시 주가 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정부는 AI 의료기기 등 혁신의료기기에 대해 건강보험 정식 등재 전 3년간 임시로 건강보험 코드를 부여해 임상 근거를 마련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임시로 건강보험 제도권에 진입하게 되면서 이들 기기의 처방이 들고 단기간에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여기에 최근 발표한 중장기 성장 로드맵이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루닛은 지난달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전 2030'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의료 데이터 통합 관리 AI 플랫폼 구축 △암 정밀진단 차세대 신제품 개발 △모든 종류 항암제 대상 바이오마커 개발 등이 골자다. 이를 통해 10년 뒤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해외서 국내로 확장 지속, 가던트헬스 제품 국내 유통 시작

AI 의료 분야를 포함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은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 루닛은 미국을 시작으로 중동, 아시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지속 확장하는 만큼 향후 성장세가 기대된다.

국내 사업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7일 가던트헬스와 암 진단 제품 관련 국내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액체생검 및 조직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국내 의료기관에 도입한다.

현재 루닛의 매출 구조를 보면 80%가 해외에서 나온다.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국내 시장 매출 비중을 높이고 향후 출시할 루닛 스코프의 국내 유통망까지 확보하겠단 복안이다.


루닛 관계자는 "이번 가던트헬스 제품의 국내 출시를 통해 국내 시장 매출 구조를 다각화할 계획"이라며 "유통 계약으로 확보한 유통망은 향후 국내에 출시할 루닛 스코프를 국내 시장에 유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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