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이 금융수익 증가 덕에 3분기 순이익 18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전환사채(CB)에 내재된 파생금융상품의 평가이익으로 현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낮아 생기는 회계상 이익이다.
문제는 내년 상반기 CB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이 도래한다는 점이다. 주가가 전환가를 밑도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루닛은 CB에 대한 상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기 유동성 압박 부담이 커지고 있다.
◇3분기 순이익은 본업 아닌 '금융수익' 영향 루닛이 올해 3분기 순이익 18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부문은 손실이지만 금융수익 덕분에 당기손익 흑자를 냈다. 루닛의 금융수익은 1년 만에 614억원에서 851억원으로 38.6% 늘었다.
금융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파생금융부채평가이익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813억원으로 전년 동기(527억원) 대비 56% 증가한 수치다. 루닛이 지난해 발행한 CB 등에 내재된 파생상품의 부채 가치가 하락하면서 장부상 이익으로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실제 현금 유입이 아닌 회계상 이익으로 루닛의 본업 경쟁력이나 경영 성과와는 무관한 수치다. 주가 상승 시에는 다시 회계상 손실로 인식될 수도 있다.
루닛은 작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1715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전환가격은 각각 5만2846원, 4만7819원이다. 문제는 루닛 주가가 전환가를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19일 기준 루닛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29% 하락한 3만6200원을 기록했다. 이는 52주 종가 기준 최고가(8만3800원)의 반토막을 넘어선 낙폭이다.
향후 주가가 전환가보다 낮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CB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전환할 유인이 떨어진다. 상환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특히 내년 6월부터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한다. 이는 유동성 압박으로 작용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환 압박이 본격화되는 구조다. 조기상환은 연복리 8% 수익률이 보장된 금액으로 이뤄진다. 단순 계산하면 제1회 CB는 약 1944억원, 제2회 CB는 약 58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루닛의 부담액은 약 2022억원 수준이다. 시점이 늦어질수록 연복리 이자 적용으로 상환액은 더 증가하게 된다.
만일 투자자들이 만기까지 전환이나 조기상환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루닛은 약정된 만기상환률에 따라 제1회 CB 1665억 원에 142.0213%를 적용해 약 2365억원을, 제2회 CB 50억원에 142.049%를 적용해 약 71억원을 각각 상환해야 한다. 두 건을 합치면 만기 상환 시 루닛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총 2436억원이다.
◇상장 이후 '영업손실' 지속…자금조달로 '대응' 문제는 루닛의 유동성이다. 루닛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54억원에 그친다. 여기에 기타금융자산 13억원,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환금성이 좋은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은 87억원을 합하면 350억원 정도다.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매출은 증가했음에도 2024년 3분기 493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1년 만에 635억원으로 그 폭이 더욱 확대됐다. 오는 2027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요구에 따른 현금 유출 압박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차환에 대한 기대감도 적다.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 없이 차환 발행이 이뤄진다면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전환가 대비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 새롭게 CB를 발행한다고 해도 높은 금리와 발행사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을 요구받을 수 있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아 루닛은 앞서 전환가액 조정에 따라 1회차와 2회사 CB 모두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했다. 기존 5만4892원, 5만5693원이었던 전환가액은 각각 5만2846원과 4만7819원으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현재 주가가 더 낮다.
이에 루닛은 단기 유동성 압박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자회사 볼파라 지분을 담보로 사모사채 발행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외의 구체적인 주가 상승 방안은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루닛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확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2027년 흑자전환 목표는 변함없다"며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제외한 다양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