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이 자회사 볼파라(Volpara Health Technologies) 지분을 담보로 사모사채 발행에 나선다. 인수로 늘어난 재무 부담과 단기 유동성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차환성 자금조달로 풀이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약 800억~10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주선사는 신한투자증권이 맡았다. 담보로는 지난해 5월 인수한 자회사 볼파라의 지분이 쓰인다. 루닛은 뉴질랜드 상장사였던 볼파라를 약 2600억원(2억9253만 호주달러)에 인수하며 유방암 인공지능(AI) 진단 사업 진출 기반을 확보한 바 있다.
볼파라는 유방암 진단 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의료 AI 기업으로, 미국 등 3600여 개 의료기관에 진단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개인의 유전적 요인과 유방 치밀도를 분석해 고위험군을 조기 식별하는 ‘리스크 패스웨이(Risk Pathways)’ 솔루션을 비롯해, 영상 품질 관리 및 환자 추적 관리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약 1970만 건의 의료영상을 다루고 있으며, GE헬스케어·필립스·후지필름 등 글로벌 장비업체와의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자금조달은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불어난 재무 부담과 전환사채 상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차환성 조달 성격이 강하다. 루닛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단기차입금은 188억원, 전환사채(CB) 장부금액은 626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5~6월 총 17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제1·2회 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시점이 2026년 상반기부터 도래하면서, 약 2000억원 안팎의 원리금 상환 부담 가능성이 있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419억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52억원으로, 실적 측면에서도 현금흐름 방어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이번 사모사채 발행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재무 리스크 관리형 자금조달로도 해석된다. 핵심 자산인 볼파라 지분을 담보로 한 자기자본 기반 차입이라는 점에서 추가 희석 부담 없이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루닛은 이와 함께 향후 실적 반등과 해외 매출 확대로 현금흐름 정상화를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70억원인데, 그중 해외 매출이 92%를 차지했다. AI 병리솔루션 ‘루닛 스코프’와 영상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본격 확산 중이다.
루닛 관계자는 이번 사모사채 발행 추진과 관련해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제외하고 다방면의 자금조달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