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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

'AA' LG유플도 불안하다…북클로징 앞두고 '긴장모드'

연말 회사채 오버발행 속출…주관사단, 모집액 축소·트랜치 다변화 노력

손현지 기자  2023-11-01 07:17:27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연말 회사채 발행환경이 위축된 가운데 IB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신용등급 AA급 이상의 우량 기업들도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들이 매긴 금리의 평균) 보다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찍는 '오버발행'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 북클로징을 앞두고 회사채 조달에 나서는 LG유플러스 발행 주관사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같은 통신업자이자 흥행보증수표로 여겨지는 SK텔레콤도 웃돈을 주고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AAA의 초우량채인데도 일부 트랜치에서 오버금리가 확정됐던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작년 10월 회사채 발행때 미매각 경험이 있었던 만큼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일부 IB들은 내달 초 크레딧 투심이 회복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면 회사채 투자수요 회복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리 인상 마지노선? FOMC 직후 발행 노린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1000억원 공모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표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5곳을 선정했다.

LG유플러스는 금융비용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다. 상반기 이자비용(1177억원)이 전년동기대비 43.0% 증가하며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 영향이다. 과거 회사채 미매각 사태의 아픔도 남아 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발행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창사 이래 첫 미매각을 맞닥뜨린 바 있다.

발행 계획을 한 달 미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이달 17일께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미국 국고채 금리 변동에 발행을 중단시켰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이슈어들 중에서도 금융시장 변동성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단순히 미매각 뿐 아니라 조달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기를 고민해왔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내달 발행에 도전하기로 했다. 내달 6일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를 파악해 13일 발행에 나선다. 발행을 재개한 건 금리 인상이 마지노선에 달했다고 판단해서다. 내달 초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FOMC 직후가 투자수요를 모으기 적합한 시기로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AA급 오버발행 속출, '안심할 수 없다'

다만 주관 업무를 맡은 일부 IB들은 우려감도 내비치고 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급격하게 채권시장이 경색된 탓에 유리한 조달 금리 형성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리테일 투자 자금 유입세도 주춤하는 추세라 긴장감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에코프로비엠도 이달 중 발행을 준비했다가 계획을 접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 역시 세일즈나 마케팅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조달 환경이 악화된 상황인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규모도 기존 2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축소해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트랜치도 다변화했다. 기존 3·5년물을 계획하던 것에서 2년물을 추가해 발행을 재개하기로 했다.

최근 AA급 기업 다수가 오버 금리로 회사채 발행을 이어간 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이번달 한국투자증권도 2년물과 3년물 모두 민평금리 대비 26bp(1bp=0.01%포인트), 29bp 높은 수준의 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증권채인 만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로 디스카운트된 부분이 있었다고도 볼 수 있었다.

다만 이후 진행된 AA급 기업들도 줄줄이 수요예측에서 민평보다 높은 스프레드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롯데칠성음료(AA), SK텔레콤(AAA), GS파워(AA), 연합자산관리(AA), SK브로드밴드(AA) 등 모두 강세 발행에 실패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수요예측에서 3년물 +8bp로 물량을 채웠으며, SK텔레콤은 3년물과 5년물에서 민평금리대비 +7bp, +5bp 오버금리가 형성됐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AA급의 경우 A급 크레디트물 대비 스프레드 축소 속도가 빨랐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국고채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은 자금을 집행하기 보단 관망세를 보이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 금리 고점 전망도 나오지만, 여전히 발행 리스크는 잔존한다. 경쟁 상품인 은행 예금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채권 투자수요를 감축시키는 요인이다. 고금리 예금 만기 도래에 따른 은행채 급증과 랩·신탁 수요 축소 등도 회사채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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