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CFO 워치SK케미칼

'그린·제약' 다시 한바구니로, 고개드는 자회사 활용법

SK바사·중국법인 지분, 투자재원 활용…차입 증가세, 재무건전 유지 과제

김동현 기자  2024-02-15 16:02:49
SK케미칼이 검토하던 제약(파마)사업 매각을 최종 철회했다. 국내 최초로 항암 신약, 천연물 신약 등을 개발하며 바이오 사업을 안착시켰지만 2010년대 들어 혈액제(SK플라즈마)·백신(SK바이오사이언스) 사업부문의 연이은 분사로 신성장 동력이 떨어져 매각을 타진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매각 작업은 해를 넘겨 SK케미칼 측의 철회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SK케미칼은 그동안 그린케미칼을 중심으로 사업전환을 추진하던 가운데 파마사업 매각 철회로 양대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계획을 재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SK케미칼이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한 2022년부터 재무실장(CFO)을 맡고 있는 김기동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근 계속되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투자 여력이 많이 떨어진 만큼 파마사업에서 창출한 수익과 함께 이미 보유한 자산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재무구조 건전화와 함께 발표한 투자계획

SK케미칼은 2022년 3월 중장기 사업전략을 발표하며 앞으로 3년 동안의 별도기준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순환재활용·바이오소재와 신약개발 등 사업 전반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목표였다. 사업별 투입금액은 그린소재 사업이 1조2000억원으로 제약·바이오(6000억원) 사업의 2배였다.



이 시기 SK케미칼이 2조원에 가까운 투자 계획을 발표할 수 있었던 데는 그동안 추진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마무리됐기에 가능했다. 회사는 2019년까지만 해도 별도기준 세자릿수대의 부채비율(178%)과 1조원 규모의 차입금을 기록하며 재무 건전화 작업이 필요했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지속해서 사업부 분사 및 매각을 진행했다. 2020년 바이오에너지 사업 매각(3825억원)을 시작으로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사업 매각(385억원), 멀티유틸리티 사업 분사(현 SK멀티유틸리티), SK바이오사이언스 분사·상장 등의 개편 작업을 이어갔다. 그린소재 사업과 거리가 먼 사업부의 매각·분할로 회사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두자릿수대인 72%까지 떨어졌으며 전체 차입금 규모도 3815억원까지 줄었다.

2022년 조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할 당시 회사 내부적으로도 재무구조 건전화를 완료했다고 자평할 정도였다. 기존 전통 화학·제약 중심의 사업구조가 친환경 소재로 재편되는 효과는 덤이었다.

다만 고부가 제품군을 보유한 SK케미칼도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석유화학 시황 악화는 막을 수 없었다. 2022년 두자릿수대 성장률(30.7%)을 보이던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0.6% 줄면서 1000억원대 아래인 854억원으로 내려왔다. 자연스럽게 지속해서 흑자를 내며 전체 수익성의 30% 정도를 뒷받침하던 파마사업의 매각 철회로 이어졌다.

(출처=THE CFO)


◇투자재원 활용 가능한 국내외 자회사 지분

투자계획 발표 당시 SK케미칼의 신임 CFO로 선임된 인물이 김기동 본부장이다. 2019년부터 지주사 SK디스커버리의 재무실장을 역임하던 김 본부장이 SK케미칼에 합류한 시점이 2022년 1월이다. SK디스커버리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인정받는 만큼 핵심 계열사인 SK케미칼의 신규 투자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다.

자금 조달을 위해 재무 건전성을 완비한 상황에서 차입도 조금씩 늘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그 규모가 6029억원으로 확대됐다. 부채비율은 여전히 70% 수준에서 관리했다. 이 기간 SK케미칼은 바이오소재 기반의 폴리옥시트리메틸렌에테르 글라이콜(PO3G) 상업화에 성공했고 중국 내 순환재활용 거점도 마련했다.

그러나 이들 투자를 합쳐도 그 규모가 2000억원이 채 안돼 목표했던 2025년 투자 금액(그린소재 1조2000억원, 제약·바이오 6000억원)을 채우기에 많이 부족하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현금이 2500억원 수준에 불과해 김 본부장 입장에선 추가 투자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재원 확보 방안 중 하나로 활용된 것이 바로 국내외 자회사 지분이다. 사업부 매각·분할 등으로 SK케미칼 별도기준 재무 부담을 최소화했던 경험을 되살려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바이오 신약 회사 티움바이오의 지분을 확보하며 60% 넘게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을 투입했다. 티움바이오 유상증자에 참여해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0.38%(200억원)와 티움바이오 지분 8.33%를 확보했다.

그린소재 부문에서는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되는 해외 자회사 지분을 유동화해 자금 확보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이미 중국 내 접착 정밀화학 자회사인 SK화공(소주)유한공사 지분 100%를 매각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해당 회사의 설비는 중국 연태법인에 옮겨 효율화 작업을 마친 상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