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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

'재무통→영업맨' 변신, '체급 격상' 노리는 이승열 행장

②취임 후 영업 일선 뛰며 달라진 면모…리딩뱅크 '3연패' 이끌면 후계구도 한 축

최필우 기자  2024-02-28 17:24:04
하나금융 최고의 재무 전문가, 함영주 회장의 최대 조력자, 서울대학교 출신의 브레인,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까지. 이승열 하나은행장(사진)에게 뒤따르는 수식어다.

영광스러운 칭호는 이 행장의 은행 CEO 취임을 예상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전임 행장인 함 회장과 박성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영업 측면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과 비교해 이 행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CEO를 보좌하는 참모 이미지가 강했다.

행장 임기를 1년 보낸 현재 이 행장은 취임 전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함 회장과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고객을 만나는 영업맨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리딩뱅크 지위를 사수하는 데도 이 행장의 변신이 결정적이었다. 올해 시중은행 순이익 1위 자리를 지키면 이 행장은 후계 구도의 한 축으로 체급을 높일 수 있다.

◇재무라인 터줏대감, 발로 뛰는 CEO 되다

이 행장의 커리어에서 재무는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경북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모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외환은행에 입행한 그는 2012년 IR팀장으로 승진하면서 관리자가 됐다. 이후 줄곧 경영기획그룹에 소속돼 하나은행 재무라인 주축으로 활약했다.


그의 행내 존재감이 커진 건 2016년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에 취임하면서다. 외환은행 경영기획부장이었던 그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합병 과정에서 통합 재무 조직을 이끌게 됐다. 2015년 9월 통합 법인 초대 행장에 취임한 함 회장이 이 행장을 재무라인 키맨으로 낙점했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으로 재직하는 3년 간 CFO를 한 차례도 교체하지 않으며 이 행장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 행장은 통합 하나은행의 재무 지표와 자본적정성을 눈에 띄게 개선하며 4대 시중은행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2015년 말 9970억원이었던 순이익을 2018년 2조930억원으로 키웠다. 같은 기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14.7%에서 16.3%로 점프했다. 본부장이었던 이 행장은 전무, 부행장으로 잇따라 승진에 성공했다. 이 행장의 유능한 CFO 이미지가 각인된 것도 이 시기다.

함 회장이 행장에서 물러나고 그룹 부회장직에 집중한 2019년에는 함께 지주로 이동해 그룹재무총괄을 맡았다. 2020년 다시 은행으로 돌아와 CFO를 맡으면서 재무라인에서 대체 불가능한 임원이 됐다. 반대로 영업 측면에서는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임원 커리어를 마쳤다는 지적도 있었다.

작년 한 해 하나은행을 이끈 이 행장의 행보는 세간의 예상과는 달랐다. 주 영업 지역인 수도권 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하나은행의 영업 영토를 확장하는 성과를 냈다. 이 행장이 영업 현장을 찾고 고객과 만나는 빈도가 잦은 탓에 임원들이 결제에 애를 먹은 적도 잦다는 후문이다. 그룹 역사상 최고의 영업통인 함 회장의 후광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 행장이 CEO가 돼서야 영업맨의 면모를 드러냈다는 호평이 나온다.

◇이은형·강성묵 부회장과 후계 구도 구축할까

행장 1년차 시중은행 순이익 1위 성과에도 불구 이 행장이 차기 회장 승계 구도에서 한발 뒤처져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지난해 부회장이었던 지주의 이은형·강성묵 부문장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견해를 따라 부회장제는 폐지됐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이 부문장과 강 부분장은 공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행장이 최근 지주 비상임이사에서 사임한 것을 후계 구도에서 흐르는 기류가 반영된 영향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비상임이사는 지주 이사회에 참여해 표결 권한을 갖는 자리로 그룹 내 위상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올해 하나은행이 리딩뱅크 지위를 사수하면 이 행장은 체급을 키우고 후계 구도의 한 축을 차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무 뿐만 아니라 영업 측면에서도 한번 더 리더십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다.

이 행장이 그룹의 통합 상징성을 갖는 인물이라는 점도 다른 차기 회장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이 행장은 최초의 외환은행 출신 하나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행장 취임 후 외환은행 뿐만 아니라 보람은행, 서울은행, 충청은행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하나은행으로 합류한 임직원들을 챙기고 있다.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그룹을 대표하는 리더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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