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회색 자본, 영구채 러시

풀무원, 계열사 지원에 보유현금 '바닥'

⑩현금성자산 4년간 1200억→52억↓…미상환 영구채 잔액 1700억

고진영 기자  2024-12-27 15:56:29

편집자주

신종자본증권 시장이 전례없이 붐비고 있다. 이론상 영원히 안 갚고 이자만 낼 수 있어 영구채라 불리지만 사실은 자본성이 최소화된 모순적 채권이다. 도입 후 십여년 동안 혼란과 의구심에 시달렸지만 올해 발행 규모가 6조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자본 같은 빚' 영구채가 필요했던 기업들의 사정을 THE CFO가 진단해본다.
풀무원은 식품사업을 풀무원식품으로 인적분할하면서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한 곳이다. 주력 계열사인 풀무원식품을 필두로 30여개 기업을 지배하고 있다. 배당금과 브랜드 사용료, 경영관리 용역수익 등을 받기 때문에 현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된다.

문제는 나가는 돈은 더 많다는 점이다. 해외사업, 계열사 지원에 대규모 지출이 이어지면서 보유현금을 대부분 소진했다. 신종자본증권(영구채)으로 모자란 재원을 메워왔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풀무원은 별도 기준으로 연간 300억원 안팎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유지해 왔다. 배당수익은 자회사 실적에 따라 변동성이 있지만 브랜드 사용료의 경우 순매출의 일정 비율로 계약해 늘어나고 있다. 경영관리 용역수익 역시 2020년부터 풀무원이 계열사 온라인몰을 일원화해 관리하면서 규모가 증가했다.

하지만 해외사업이 애를 먹이고 있다. 풀무원의 해외식품부문은 풀무원USA, 아사히코, 푸메이뚜어식품 등을 포함한다. 각각 미국과 일본, 중국 상하이 및 베이징에서 식품을 제조해 납품하는데 올 3분기 말 연결 매출에서 해외지역이 차지한 비중은 19.5% 수준이다..

앞서 풀무원그룹은 2014년 일본 아사히코, 2016년 미국 두부업체인 비타소이(Vitasoy USA)를 인수하는 등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를 계속해 왔다. 지금까지 해외식품부문에 투입된 자금 규모는 누적 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으로 2018년 풀무원이 종속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에 약 600억원을 출자했다. 일본 아사히코에 대한 풀무원식품의 출자(252억원) 등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또 풀무원식품은 2022년 풀무원USA에 453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현금창출력 확대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2015년 이후 해외식품부문은 매년 영업적자가 계속되는 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해상운임이 내린 데다 미국 길로이 공장이 준공되면서 물류비 부담이 완화,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적자를 벗어나진 못했다.


국내 계열사에 대한 지원 부담도 만만치 않다. 풀무원은 지주회사로서 자금대여나 지급보증 등을 통해 계열사들을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다. 2021년 풀무원푸드앤컬처에 350억원, 풀무원샘물 151억원, 풀무원건강생활 100억원, 지난해 풀무원샘물에 312억원 등 913억원을 지분투자 형태로 지원했다.

풀무원은 부족한 자금을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충당 중이지만 지출 부담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풀무원은 2015년부터 신종자본증권을 주기적으로 발행해 왔다. 약 10년간 찍어낸 영구채 규모는 4030억원이다.


작년에는 신종자본증권 1130억원과 상환전환우선주(RCPS) 864억원 등을 상환하면서 1994억원을 썼는데 차환 발행한 영구채 규모는 1000억원에 그쳤다. 결국 계열 지원과 상환 부담이 겹치면서 현금성자산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풀무원의 보유현금을 보면 2020년만 해도 단기투자자산을 포함해 1200억원을 넘었다. 그러나 이듬해 800억원 수준으로 급감, 지난해 말엔 65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 7월 7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새로 발행했지만 기존 영구채를 갚기 위한 차환 발행이었기 때문에 조달 직후 빠져나갔다. 9월 말 현금성자산이 52억원으로 더 줄어든 배경이다.


금융비용도 재무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풀무원이 올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2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기한 조건이며 6.7% 금리로 발행했다. 기존 채권은 4.8%였는데 차환과정에서 대폭 올랐다. 현재 풀무원은 연간 80억원 이상을 이자로 내고 있으며 여기에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신종자본증권 이자 규모는 67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이 밖에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 부담도 추가로 지고 있다. 올 9월 말 기준 풀무원이 제공하고 있는 지급보증은 풀무원푸드앤컬처 310억원, 풀무원다논 58억원, 풀무원건강생활 72억원, 아사히코 54억엔(JPY), 중국법인(북경포미다녹색식품) 4500만위안(CNY), 미국법인 1050만달러 등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