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재무건전성을 크게 개선한 시공사 중 하나다. 사모사채 발행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1000%에 육박했던 부채비율을 144.7%로 개선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도 2023년 말 1260억원에서 2024년 3분기 말 6199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남은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2023년 재무건전성 악화를 야기했던 원가율 문제 등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2027년 5월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시점에 재무건전성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 신세계건설은 그룹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과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2023년 말 부채비율 1000% 육박, 법정관리 신동아건설보다 높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말 266.6%였던 신세계건설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2022년 말 265%를 기록한 뒤 2023년 976.2%로 치솟았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동아건설의 당시 부채비율 428.8%를 547.4%포인트(p) 웃도는 수치다.
당시 재무건전성 악화의 원인은 수익성 부진이다. 신세계건설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21년 1조2568억원, 2022년 1조4324억원, 2023년 1조502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21년 384억원을 기록한 뒤 2022년 마이너스(-) 120억원, 2023년 마이너스(-) 1878억원을 기록했다.
원가 관리 실패가 수익성 부진을 야기했다. 2021년 90.8%였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은 2022년 95%, 2023년 107.5%로 치솟았다. 2023년에는 공사를 진행할 수록 적자가 발생했던 셈이다. 이로 인해 2022년 말 515억원이었던 단기차입금은 2023년 말 1700억원으로 230.1% 급증했다.
현금흐름에서도 적자로 인한 차입금 증가가 엿보인다. 2023년 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755억원을 기록한 반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779억원으로 나타났다. 재무활동현금흐름 중 유입액은 3909억원, 유출액은 109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 새로 생긴 빚만 3909억원이었다는 의미다.
◇그룹 전폭 지원으로 건전성 개선 '성공', 지난해 3분기 말 현금 6199억 2023년 말 재무지표가 크게 부진하면서 신세계건설은 시장의 상당한 우려를 받았다. 당시 태영건설에 이어 신세계건설도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재무지표만 보면 중견사 중 상황이 가장 나쁜 건설사로 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세계건설은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 개선에 성공했다. 먼저 지난해 1월 2000억원 규모 사모사채 발행을 결의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아이앤씨가 1400억원을, KDB산업은행이 600억원을 인수해 200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유입됐다. 회사채 만기가 2년으로 설정됨에 따라 전년에 조달한 단기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재원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보다 앞서 2023년 11월에는 신세계영랑호리조트와 흡수합병을 결정해 현금을 수혈했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는 자산 매도 후 대규모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다. 신세계건설은 합병을 통해 65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차입금 증가 없이 여윳돈을 확보하게 되면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
신세계건설의 재무건전성을 가장 크게 개선시킨 요소는 신종자본증권이다. 지난해 5월 이마트가 신용을 보강한 유동화법인(SPC)이 신세계건설이 발행하는 6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하면서 자본총계를 대거 확충했다.
그룹의 지속적인 지원사격에 힘입어 신세계건설의 재무건전성은 크게 개선됐다. 2024년 3분기 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144.7%로 건설업계에서 위험 수준으로 꼽히는 200%를 50%포인트(p) 이상 밑돌고 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00%를 하회했던 유동비율은 245.6%로 개선됐다. 유동비율이 100%를 웃돈다는 것은 향후 1년간 유입될 현금이 상환해야 하는 부채보다 많다는 의미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도 대폭 증가했다. 2023년 말 1260억원이었던 신세계건설의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2024년 3분기 말 6199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향후 1년간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 규모 5276억원으로 17.5% 웃도는 규모다.
◇근본 원인 수익성 부진 여전, 신종자본증권·사모사채 상환 전 제고 '숙제' 다만 재무건전성 악화의 원인인 수익성 부진 문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2024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652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익은 마이너스(-) 1183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원가가 6830억원을 기록하며 여전히 매출액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규모도 전년 동기 1조961억원에서 40.5% 감소했다.
조달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도 수익성 악화를 야기하는 중이다. 2021년 14억원이었던 신세계건설의 연간 이자비용은 2022년 18억원, 2023년 195억원으로 늘었다. 2024년 1~3분기 누적 이자비용은 332억원에 달한다. 사모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8500억원을 조달한 만큼 이자비용이 크게 증가한 셈이다.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모사채와 신종자본증권 상환 시점을 기점으로 재무건전성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 사모사채는 2026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일로부터 3년이 지난 2027년 5월에 조기 상환해야 한다. 시장에서 사실상 3년 만기 회사채로 여겨지는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하지 않으면 기업의 신뢰도와 평판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신세계건설은 경영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그룹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매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먼저 사업관리담당 조직을 통해 미분양 해소와 공사비 회수, 사업장 관리 등에 역량을 집중한다. 또 총 공사비 9238억원 규모 스타필드청라에 집중해 매출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본연의 건설 역량에 집중하는 한편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후 예정된 그룹의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포함해 우량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