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본사 현금 운용 전략에 급격한 변화를 줬다. 보유 유동성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비중을 크게 줄인 대신 단기금융상품을 급격하게 늘렸다. 이자수익 등 운용 수익을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역대급 유동성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단 중 하나인 자회사 배당도 2023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다만 내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삼성디스플레이 등 비상장 계열사들이 다시 대규모 배당을 결정할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급감'·단기금융상품 '급증'…전체 금액 2년 연속 증가 25일 삼성전자의 2024년 별도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6538억원으로 전년 말(6조615억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2020년말 9891억원을 나타낸 이후 최저치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급격히 줄어든 건 삼성전자가 다른 계정으로 분류되는 상품으로 현금을 옮겼기 때문이다. 작년 말 단기금융상품은 10조1880억원으로 전년 말(501억원)보다 급증했다. 2021년 말(15조원) 이후 최대치다.
통상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순수 현금과 예금 형태의 금액이다. 단기금융상품은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이 포함된다. 단기금융상품이 현금 및 현금성자산보다 상대적으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업이 현금 및 현금성자산보다 단기금융상품을 늘리는 경우는 이자수익 등을 비롯한 운용수익을 증가시키려고 한다고 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현금 운용에 변화를 주는데 이번 조치 역시 같은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금융상품의 경우 과거에도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현금 및 현금성자산보다 단기금융상품의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운용 전략으로 회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대에 줄곧 단기금융상품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상회했다. 2021년말 별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9189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5조원이었다.
그러다 2022년 말에 반도체 업황 악화로 역대급 유동성 압박을 겪으면서 변했다. 2022년말에는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9216억원으로 전년말(3조9216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단기금융상품이 1억3700만원까지 줄었다. 합계는 3조9217억원으로 전년말(18조9195억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후 투자자산 매각, 자회사 등에서 배당 수취 등의 전략을 구사하며 실탄 마련에 사활을 걸었다. 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선전을 비롯한 과제가 있기는 하지만 흑자 전환을 이루는 등 실적이 호전되면서 보유 현금이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단기금융상품을 늘렸다. 지난해 3분기말에는 단기금융상품이 11조635억원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5조5827억원)을 웃돌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신임 CFO로 선임된 박순철 부사장이 아닌 전임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 때부터 변화가 본격화된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의 실행, 대규모 투자 등으로 현금 소요가 지속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작년 말 기준 별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더한 금액은 11조841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작년 3분기말(16조6462억원)보다는 감소했다.
◇자회사 배당 수취액 대폭 감소 삼성전자가 현금 압박을 타개를 위해 활용했던 주요 수단으로는 배당 수취가 있다. 국내외 자회사 등에서 대규모 배당을 받아 본사의 곳간을 채우는 방식이다.
다만 지나친 배당은 자회사의 재무구조를 급격히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 자회사가 미래 투자를 위해 활용할 가용자원이 줄어든다는 문제도 있다. 이를 고려해 삼성전자는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인수합병(M&A)을 진행한 삼성메디슨에서 배당을 받지 않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2023년보다 확연히 배당 수취액을 줄였다. 지난해 별도 기준 배당금 수입은 9조6355억원이다. 2023년말에는 29조4978억원에 달했지만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관전포인트는 남아 있다. 배당 지급은 정기주주총회 이후 확정해 지급한다. 다음 달에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국내외 자회사들이 다시 대규모 배당을 결정하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