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아나패스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2만원대 박스권이 붕괴된데 이어 전 영업일(7일)에는 1만8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종목이죠. 이날(10일)에도 전 영업일보다 낮은 가격에 장을 시작했습니다. 부진한 흐름이 예상됐지만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상승 전환에 성공한 상태입니다. 종가는 전 영업일 대비 4.7% 상승한 1만9870원입니다.
거래량도 상당한 모습입니다. 아나패스는 직전 10영업일(2월 21일~3월 7일)동안 평균 거래량이 약 5만주에 그친 바 있습니다. 반면 이날에는 장 마감 기준 거래량이 약 23만주에 달했습니다. 지난 1월 20일 약 40만주의 거래량을 기록한 이래 오랜만에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적 발표가 주효했습니다. 아나패스는 이날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공시를 통해 매출액으로 1822억원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기록한 715억원보다 155% 늘어난 수준이죠. 2014년 기록했던 직전 최대 매출 1340억원을 10년만에 뛰어넘은 덕분에 투심이 집중됐습니다.
◇Industry & Event 아나패스는 2002년 11월 설립돼 8년 뒤인 2010년 11월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입니다. 주력 제품은 OLED향 T-Con과 TED입니다. T-Con은 중·대형 OLED에 탑재되는데요. 이와 달리 TED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주요 고객사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AI PC 열풍과 함께 매출원도 다변화되는 모습입니다. 아나패스는 인텔과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GPU 기업들로부터 AI PC에 대한 호환성 인증을 마친 상태입니다. 특히 인텔이 엄격한 기술적 잣대를 적용하는 'AI PC IHV(Intel Hardware Vendor)' 파트너로 등록돼 기대감도 상당합니다.
아나패스도 AI PC에 대한 기대감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합니다. 앞서 공시한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공시에도 "AI PC 등에 채택되는 IT OLED 패널용 T-Con과 스마트폰 OLED 패널용 TED의 판매량이 증가해 매출이 성장하고 이익이 확대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Market View 하나증권의 김성호 연구원이 지난해 11월 'AI PC 시장 개화에 따른 수혜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리포트가 가장 최근 버전입니다. AI PC 호재에 힘입어 컨센서스를 상회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죠. 당시 제기된 목표주가는 4만9000원입니다. 현 주가(1만9870원)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먼저 김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출하 물량이 견조한 가운데 추가 호재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PC에 OLED 패널 채택률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스마트폰용 TED 역시 완연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컨센서스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추가 반등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OLED 노트북 출하량이 2023년 기준 400만~500만대였다"며 "AI PC의 인기와 함께 전력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돼 올해에는 출하량이 700만대에 이를 전망"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수치는 AI PC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반영하지 않아 추가 상향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덧붙였습니다.
◇Keyman & Comments 아나패스의 키맨은 창업자인 이경호 대표입니다. 1969년생인 그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미국에 있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회사인 실리콘이미지(Silicon Image)에서 최고 기술 발명자로 근무한 이력도 있습니다. 나스닥 상장사 GCT의 이사회 구성원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더벨은 아나패스의 IR 담당자로부터 지난해 실적에 대한 소회와 올해의 전망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AI PC들이 OLED를 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아나패스도 반사이익을 얻었다"며 "주요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O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부분도 호재"라고 설명했습니다.
역대급 실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앞선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기투자해온 8.6세대 OLED가 올해 하반기에는 구체화될 전망"이라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만큼 매출 외형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