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SK스퀘어 인적분할 후 인공지능(AI)에 방점을 찍고 사업 구조를 꾸리고 있다. 신사업을 향한 의지나 속도 역시 남다르다. 올해부턴 AI 부문에서 실질적인 매출을 일으키며 성장곡선을 완성해 나갈 예정이다.
신사업의 방향성을 AI로 잡은 상태에서 필요한 막대한 자금은 확실한 캐시카우인 통신사업으로 벌충한다. 자연스럽게 AI 투자 재원 마련보다 재무 관리 부문에서 중량감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2023년 말 재무학 전공자이자 재무관리 베테랑인 김양섭 부사장(
사진)이 SK텔레콤에 'CFO 맞교환' 형태로 합류한 이유를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유공' 경험한 재무관리 정통파, 사내이사까지 올라
김양섭 부사장은 1966년생이다. SK 주요 계열사 CFO가 1970년대생으로 교체되는 점을 고려하면 계열사 CFO 가운데서도 선임급에 해당한다. 고려대 법학과를 마치고 1991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했다.
2009년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재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SK그룹에선 정통파 재무총괄인 재무 관리형 CFO의 길을 걸었다. SK 주요 계열사에서 재무를 살핀 경력을 통해서도 그의 강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2011년부터 10년 동안 SK이노베이션 회계팀장, SK에너지 자금팀장, SK이노베이션 재무기획팀장, 구매실장, 재무2실장 등을 거쳤다.
2017년부터 SK이노베이션 재무2실장과 정유 자회사 SK에너지의 재무실장을 겸직했다. 2020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최고재무책임(CFO)로 승진했고 2021년부터 SK이노베이션 전체 재무를 총괄했다.
SK텔레콤에 합류한 시기는 2023년 말이다. 당시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김 부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SK텔레콤 신임 코퍼레이트 플래닝(Corporate Planning) 담당(CFO)에 선임됐다. 기존 SK텔레콤 CFO였던 김진원 부사장은 해당 인사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재무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지금은 서건기 부사장으로 CFO가 교체됐다.
김 부사장은 SK텔레콤 합류 직후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기존 SK텔레콤의 사내이사는 2명(유영상 대표·강종렬 CSPO)였는데 티오를 하나 더 늘렸다. 8명이었던 SK텔레콤은 이사회는 9명이 됐다. 이에 따라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기존 62.5%에서 55.6%로 하락했다. 과반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사외이사의 수와 권한을 늘리는 이사회 트렌드를 거스르면서 SK텔레콤이 CFO를 사내이사에 선임한 이유는 그만큼 재무 관리에 신경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김 CFO가 AI 사업에 본격 집중할 수 있도록 SK텔레콤 재무상황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가야 할 중책을 맡았단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조달 전략도 재무 안정화 작업 연속선
SK텔레콤은 2023년 앤트로픽 등 글로벌 AI 유망 기업에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도심공항교통(UAM) 등 차세대 기술과 사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손을 뻗고 있다.
김 부사장은 SK그룹에 30년 이상 몸 담았지만 정유와 화학, 에너지 분야 등을 거쳤다. 그그와 통신 사업을 주 영역으로 두는 SK텔레콤과 업무적 접점은 사실상 전무하다. 김 부사장에 기대하는 역할론은 명확해 보인다. 재무 전문가로서 오랫동안 그룹 주요 계열사의 재무를 관리한 인물의 안목과 조달 능력을 필요료 한다는 뜻이다.
2024년말 별도 기준 SK텔레콤 현금성자산은 1조2441억원이다. SK스퀘어 분할 직후인 2021년 말 5378억원이던 유동성이 두 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15조5262억원에서 13조6248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줄였다.
광폭 투자를 이어가는 와중에서도 현금은 늘고 부채는 줄어드는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보인 셈이다. SK스퀘어 인적 분할 당시 현금자산을 몰아주고 부채를 모두 떠안았지만 기존 영위하던 유무선 사업은 그대로였다. 인적분할 후에도 이익 창출력과 현금흐름은 여전히 우량했단 뜻이다.
이에 김 부사장은 부임 이후론 SK텔레콤의 조달 전략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2023년 10월 전임자인 김진원 CFO가 29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걸 포함하면 2025년 1분기까지 5차례나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렸다.
발행 국면에서 장기채인 10년물을 선호해 온 점에 눈길이 쏠린다. 발생사가 장기물을 선택하면 금리는 높아지지만 차입구조를 장기화에 따른 재무 안정화가 가능하다. SK텔레콤은 특히 발행사들이 10년 이상의 장기채를 선택하지 않는 시장에서 이슈어로 움직이면 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도 얻는다. 김 부사장 부임 후 나타난 주된 변화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