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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삼표시멘트, 단기부채 상환 사활 '버티기 전략'

영업실적 호조에도 운전자본 마이너스 전환…“올해 바닥 찍는다”

임효진 기자  2025-06-20 16:23:13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삼표시멘트가 올해 1분기 유동부채를 직전 분기 대비 400억원 가까이 줄이며 재무건전성 개선에 나섰다. 1년 내에 지불해야 하는 유동성사채와 기타유동채무를 대폭 줄이며 단기부채 구조를 개선했다. 마찬가지로 단기부채인 매입채무도 70% 가까이 상환했다.

이 과정에서 보유 현금을 적지 않게 사용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50억원 수준으로 절반 이상을 지출했고 유동성파생상품자산는 모두 처리했다. 시멘트 업황이 바닥을 치자 단기 채무 상환을 통해 이자비용 부담과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는 중장기적 생존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표시멘트의 1분기 말 유동성사채는 400억원에서 99억원으로 75%가량 감소했다. 유동부채의 25%를 차지하는 기타유동채무도 773억원에서 578억원으로 약 200억원 갚았다.

유동비율 계산 시 반드시 포함되는 매입채무는 기존 405억원의 68.42%를 갚으며 277억원으로 줄였다. 올해 1분기에만 단기 부채 상환에만 613억원을 지출한 셈이다. 그러나 유동성장기차입금이 200억원 가까이 늘면서 결과적으로 유동부채는 직전 분기 대비 392억원 정도만 줄었다.

당장 단기 상환 부담은 덜었지만 유동자산까지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현금및현금성자산이 급감했다. 삼표시멘트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1008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분기에는 449억원으로 줄었다.

이 외에도 유동성을 확보할 때 급히 사용하는 기타유동채권을 통해 58억원을 확보하고 유동성파생상품자산은 5억원 전액을 청산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섰다. 유동성사채 상환과 기타 단기채무 정리에 투입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유동자산은 3178억원에서 2362억원으로 81억6600만원이 오히려 줄었다. 그 결과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102.11%에서 86.83%로 줄었다. 유동비율이 100% 미만이면 단기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는 의미로 유동성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

삼표시멘트의 표면적인 매출과 영업이익만 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회사는 2023년 역대 최대 매출인 8237억원을 찍고 작년에도 7907억원이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와중에 영업이익은 847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22.7%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0.28%에서 13.14%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 속까지 들여다 보면 삼표시멘트의 운전자본은 최근 몇 년간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2021년 마이너스(–) 1244억원에서 2022년 –67억원으로 개선됐으나, 2023년에는 다시 –875억원으로 악화됐다. 2024년에는 간신히 플러스(65억원)로 돌아섰지만 이번에 다시 –358억원으로 전환됐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최근 2~3년간 제품 단가가 오르면서 수익성이 좋게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판매량 자체는 계속 줄고 있다”며 “올해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삼표시멘트는 생존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매출 성장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단기 채무를 선제적으로 상환해 이자비용을 줄이고 유동부채를 정리함으로써 단기 지급불능 위험을 낮췄다. 업황이 악화 속에서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려는 중장기적 생존 전략을 택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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