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가 건전성 지표에서 신한카드를 압도하며 리스크 관리 역량을 증명했다. 신한카드는 타 카드사 대비 양호한 수준의 건전성 지표를 기록했으나,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삼성카드에 밀리며 자존심을 구겼다.
두 카드사의 전략적 판단이 건전성 차이를 만들었다. 업황 악화에 삼성카드는 영업 기조를 보수적으로 전환해 우량 고객 확보에 집중한 반면 신한카드는 수익 다각화에 주력했다. 여기에 부실채권 매각이란 선택지 없이 직접 회수에 나선 삼성카드의 회수 전략도 주효했다.
◇2012년 기점으로 실질 연체율 순위 '역전' 삼성카드는 올 1분기 자산건전성 지표에서 신한카드보다 우위에 있다. 카드사는 통상 분기보고서에 자산건전성 지표로 △실질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 △손실위험도 가중부실채권비율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등을 기재한다. 삼성카드는 4가지 항목 모두 신한카드보다 준수한 수치를 기록했다.
삼성카드의 실질 연체율 지표는 2012년 이후 약 13년간 신한카드 보다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삼성카드는 2002년 카드사태로 인한 후유증을 겪으며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 왔다. 특히 2012년 카드론 확대와 경기 둔화 여파로 카드업권 연체율이 급상승하는 동안 삼성카드는 보수적으로 카드론을 취급하며 연체율 하락을 이끌었다.
올 1분기 삼성카드의 실질 연체율은 1.12%로 전분기(1.08%)보다 0.04%p 상승했으나, 8개 카드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는 0.07%p 상승한 1.80%로 나타났다. 실질 연체율은 대환대출 채권을 포함한 1개월 이상 연체채권 대비 총채권 비율이다.
삼성카드 한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리스크 예측부터 채권회수까지 체계적 자산건전성 관리에 집중하여 지속적으로 연체율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다양한 대안정보와 머신러닝 등의 평가기법을 활용한 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통해 리스크 발생 확률이 높은 회원에 대한 선별력을 강화해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지표도 마찬가지다. 삼성카드는 2018년 부터 신한카드보다 낮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올 1분기 두 카드사간 격차는 0.57%p다. 금융사들은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눠 관리하는데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합해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한다.
연체채권 중 실제 손실 가능성이 높은 채권에 가중치를 부여해 계산한 손실위험도 가중부실채권비율은 올 1분기 삼성카드가 0.59%, 신한카드가 1.30%를 기록했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각각 107.03%, 104.36%를 기록해 모두 법정기준치(100%)를 웃돌았다.
포트폴리오 차이도 건전성 지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두 카드사의 재무제표에서 자산을 구성하는 항목이 상이해 구체적인 비교가 어렵다. 다만 고위험 자산으로 꼽히는 카드론이 전체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카드가 25.7%(5조8453억원), 신한카드 24.7%(8조3214억원)를 기록했다.
◇삼성카드, 상각후원가 신판자산 중 80.6% 우량 고객 건전성 지표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 건 심사·회수 전략이다. 심사와 회수는 대출채권 관리의 시작과 끝이다. 철저한 심사를 통해 우량 고객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회수 과정을 통해 부실을 최소화하는 게 건전성 관리의 핵심이다.
삼성카드는 수년간 보수적으로 영업에 나서며 우량 고객 확보에 집중해 왔다. △신용이력 △연체정보 △상환이력 △부채수준 등 변수를 기반으로 신용거래 후에 연체할 확률을 점수화해 신용등급을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분류하는데, 신용등급이 1등급에 가까울수록 연체할 확률이 낮은 우량한 고객을 의미한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말 상각후원가 측정 대출채권 중 신용판매 자산을 보면 1~4등급 비중이 80.6% 수준이다. 작년 말 77.0%에서 3.6%p 확대된 수치다. 이외에 5~6등급이 15.0%, 7~10등급이 4.4%로 나타났다. 카드금융 전체로 보면 올 1분기 잔고 7조2000억원 가운데 코리아크레딧뷰로(KCB) 1~6등급의 잔고비중은 90.2%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신한카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신용카드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전략이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량 고객 확보 보단 확장에 초점이 맞춰지며 비우량 고객군을 흡수했고, 건전성 지표 악화로 이어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신한카드는 개인 회원의 경우 내부신용등급을 기준으로 대손 전 이익률 대비 대손율이 낮은 회원군을 우량, 그 외의 경우를 보통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올 1분기 신한카드의 상각후원가 대출채권(38조187억원) 중 우량 고객 비중은 77.5% 수준으로 나타났다.
앞서 신한카드는 카드 신규 심사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그룹사 내 거래실적 정보 △내·외부 신용정보 △고객군별 특성정보를 활용해 왔다. 여기에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시뮬레이션을 통해 잠재 리스크 고객군의 불량률을 예측해 고위험군 관리 정책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회수 전략에선 방식이 엇갈렸다. 삼성카드는 채권 매각 없이 SGI신용정보에 위탁해 부실채권 회수에 주력하고 있다. SGI신용정보에 채권 추심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다른 카드사들이 미래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부실채권을 매각해 연체율 관리에 나선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이는 부실채권 관리에 대한 삼성카드의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해 신한카드의 대출채권 매매이익은 165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1070억원)보다 54% 증가했다. 신속하게 충당금 부담을 덜고 연체율을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부실채권은 통상 채권원금의 80~90% 수준으로 매각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신한카드 한 관계자는 "회수 난이도, 채무조정 신청 확률 등을 반영해 채권 분석을 정교화하고 신한신용정보와 함께 연체채권 밀착 관리를 추진해 건전성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