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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의 자산운용 역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가려졌다. 메리츠화재는 다소 공격적인 운용 전략을 구사했지만 이익률은 오히려 DB손보보다 낮았다.
메리츠화재는 건전성 지표에서도 DB손보에 밀렸다. PF 대출과 홈플러스 매장 담보 대출이 대거 고정자산으로 잡힌 까닭이다. 리스크를 더 졌지만 그에 대한 이점을 제대로 얻어내지 못했다.
◇고정이하비율 메리츠 2.6% vs DB 0.9%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리츠화재의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2.6%다. DB손해보험(0.89%)과 비교하면 3배가량 높다. 지난해 말 업계 평균은 0.81%였다.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집중한 메리츠화재의 운용 방식이 발단이었다. 1분기 메리츠화재의 운용자산 내 위험자산 비중은 56%다. 이 중 부동산 PF 대출이 25%포인트(p)를 차지했다. 10조5000억원 규모다.
DB손보의 부동산 PF 대출 5조7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위험자산 비중도 43%로 메리츠화재보다 13%p 낮았다.
양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DB손보의 PF 대출이 나간 사업장이 보다 더 우량한 것으로 파악된다. DB손보는 선순위와 우량한 시공사 위주로 PF 대출을 늘렸다. 지난해 PF 사업성 평가로 건전성을 까다롭게 재분류했을 때조차 되려 부실비율이 대폭 줄었다.
2023년 말 PF 대출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18.6%, 16.0%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엔 각각 1.4%, 0%로 이전보다 확 줄었다. 연체된 사업장도 없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사업성 평가와 PF 대출 연체가 증가해 고정이하 분류 여신이 5538억원 증가했다. 홈플러스 관련 여신 2808억원을 고정으로 분류한 영향도 있었다. 요주의 이하 PF 대출 자산은 주로 비수도권 사업장의 저조한 분양과 공정으로 사업이 지연된 영향을 받았다.
◇운용이익률 메리츠 3.9% vs DB 4.2% DB손보는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덜 졌지만 더 높은 운용이익률을 기록했다. 1분기 운용이익률은 4.2%로 메리츠화재 3.9%보다 0.3%p 높았다.
DB손보의 포트폴리오 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 DB손보는 메리츠화재보다 중위험 자산에 집중한 전략을 구사했다. 중위험 자산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속하지 않는 운용자산을 말한다. DB손보의 1분기 중위험 자산 비중은 36.0%로 메리츠화재 8.5%의 4배 수준이다.
DB손보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국공채·특수채·회사채 투자를 확대한 반면, 리스크관리를 위해선 외화유가증권 투자 규모를 줄여왔다. 비우호적인 경제 환경을 고려해서다. 1분기 국공채·특수채·회사채와 외화유가증권 비중은 각각 29.5%, 16.2%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PF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해 신용손실금이 계속 증가한 영향도 받았다. 2023년과 2024년 PF 대출의 신용손실비용은 각각 902억원, 195억원이다. 1개월 이상 연체한 PF 대출의 비율이 2023년 말 1.8%, 2024년 말 2.3%, 올해 1분기 말 4.1%로 계속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