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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캐피탈은 지금

김남구 회장 '가신 그룹' 오우택 대표, 10년만에 연임 시험대

①세대교체 흐름 속 '최장수' CEO…'리스크 전문가' 자존심 구긴 연체율, 새 모델 구축 절실

최필우 기자  2025-07-08 08:04:04

편집자주

한국투자캐피탈이 설립 10년을 넘겼다. 증권업이 중심이 되는 한국투자금융그룹에서 여신전문금융회사로 뒤늦게 출범해 또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투캐피탈 초대 대표이자 그룹 최장수 CEO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오우택 대표의 존재감이 크다. 다만 최근 들어 창사 이래 겪지 않았던 부진에 빠져 있다. 뼈아픈 부진은 성장통이 될 수 있을까. 한투캐피탈의 지난 10년 성장사와 향후 재도약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한국투자캐피탈이 변화 기로에 섰다. 한투캐피탈은 그룹 맏형 격인 한국투자증권에 비해 규모는 작으나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다양한 계열사를 둔 금융지주로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부동산금융 중심 사업 구조가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투캐피탈 초대 CEO이자 현직 그룹 최장수 CEO로 김남구 회장의 신임을 받는 오우택 대표(사진)는 부동산금융 중심 성장을 이끈 장본인이다. 리스크 관리 자신감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성장을 추진했다. 0%대 연체율은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출신인 오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였으나 이젠 건전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리더십 전환기를 앞두고 지속 가능한 포트폴리오 정립의 그의 과제로 남았다.

◇유상호 부회장·백여현 대표 이어 장수 CEO 반열

한투캐피탈 성장사를 논할 때 오 대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14년 11월 한투캐피탈이 설립되고 초대 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수차례 연임을 거쳐 10년 넘게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현직 CEO 기준으로 그룹 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긴 대표 재직 기간에서 그에 대한 김 회장의 신뢰를 엿볼 수 있다. 김 회장은 본인이 발탁하고 계열사를 맡긴 CEO에게 장기간의 임기를 보장하는 인사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중에서도 10년 이상 대표직을 맡긴 인물은 증권사 최장수 CEO 기록을 썼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이어 한국투자엑셀러레이터를 이끌고 있는 백여현 대표, 그리고 오 대표 정도다.

이중 백 대표는 옛 동원증권에 입사해 임원을 거쳐 계열사 대표에 오른 케이스다. 오 대표의 경우 유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임원 시절에 스카우트됐다. 2003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와 증권사 CRO 자리가 그에게 주어졌다.

김 회장이 동원증권 부장이던 시절 오 대표를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오 대표는 뱅커스트러스트에 재직하고 있었다. 지금은 도이치뱅크에 흡수됐지만 1990년대만 해도 뱅커스트러스트는 업계 최고 엘리트로 분류되는 실력파가 입사하는 곳이었다. 오 대표를 눈여겨 본 김 회장은 지주사를 설립으로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커지던 시기 러브콜을 보냈다. 이후 오 대표는 CRO로만 11년을 재직했다.

한투캐피탈 설립은 그룹 내에서 CRO가 유일한 이력이던 오 대표의 두 번째 도전이었다. 대형 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 업무가 확대되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 설립이 그룹 새 먹거리로 떠올랐다. 상업은행에 뿌리를 둔 뱅커스트러스트 재직 경험으로 여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오 대표가 신사업을 이끌 인물로 낙점됐다.

유 부회장이 2선으로 물러나고, 백 대표가 작은 계열사 대표로 이동하며 세대교체가 이뤄진 와중에도 오 대표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김종훈 전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대표, 남영우 전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 등 계열사를 일군 이들보다 재임 기간이 길다. 증권 중심인 그룹 내에 그를 대체할 여신 분야 전문가가 마땅히 없었던 것도 CEO로 장기 재직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설립 취지와 달랐던 부동산금융 중심 성장, '명과 암' 남았다

오 대표의 장기 재직이 가능했던 건 호실적 덕분이다. 한투캐피탈은 신생사로 출발해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계열사로 성장했다. 업황에 따라 1조원을 웃도는 순이익을 올리는 한투증권에 비교할 순 없지만 그룹 포트폴리오 다변화 공로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금융 중심 포트폴리오가 있어 고속 성장이 가능했다. 지난 1분기 기준 한투캐피탈의 부동산 관련 자산은 3조3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영업 자산의 60%를 웃도는 금액이다. 회사 차원에서 부동산금융에 집중하는 전략을 쓰면서 설립 후 2021년까지 연 평균 25%를 웃도는 자산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2020년대 초중반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꾸준히 연 1000억원을 웃도는 순이익을 내다 지난해 235억원에 그쳤다. 건전성 측면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1년까지 이어진 0%대 연체율은 CRO 출신 오 대표의 자부심이었으나 점차 올라 지난 1분기 5%를 넘어섰다. 대손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

당초 한투캐피탈 설립 취지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였던 한투증권을 뒷받침해 기업 신용공여를 확대하는 데 있었다. 설립 취지와 달리 부동산금융 위주로 자산을 키우며 빛나는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그림자도 남게 됐다. 오 대표 임기 중 실적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지만 중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은 떨어지는 구조였던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탈사는 금융그룹 내에서 은행이나 증권사에 비해 규모가 작아 핵심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투자캐피탈도 캐피탈업 그 자체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보다 모그룹의 의지를 고려해 최대한의 실적을 낼 수 있는 방향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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