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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두산밥캣

웨스트파고 시대와 수직 지배구조의 공존

[크로스보더]① 미국에 적을 둔 코스피 상장사, 사업부문에서 핵심 손자회사로

허인혜 기자  2025-07-24 08:25:12

편집자주

글로벌 M&A가 흔해진 시대, 기업의 '국적'은 여전히 상징적·실질적 의미를 지닌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반대로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사들였을 때 단순한 소유권 이전 이상의 다층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지배구조와 계열사, 경영환경의 재편과 그 과정에서의 거버넌스 충돌 등이다. 글로벌 M&A를 앞둔 기업들이 미리 대비해야할 어젠다이기도 하다. THECFO는 국적 변화가 지배구조와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조망해본다.
두산밥캣은 국내 기업이 해외사를 인수해 한국형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다. 두산그룹의 수직 지배구조 아래에 있으면서도 사업의 기반은 북미가 중심인 독특한 구조를 띈다. 미국 본사가 자리한 웨스트파고 시대와 수직 지배구조가 공존하는 셈이다.

두산밥캣은 미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후 두산그룹에 인수되며 한국식 지배구조 안으로 편입됐다. 미국 노스다코타주 웨스트파고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소유 구조는 ㈜두산-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체계다.

매출의 70% 이상이 북미에서 발생하고 있으면서도 코스피 상장사다. 한국 본사 중심 지배구조와 북미 현지 사업 기반이 공존하는 형태다. 밥캣은 인수 이후 지분 구조 변화를 거쳐 현재 두산그룹 내 핵심 손자회사로 자리잡았다.

◇사상 최대 해외기업 인수전, 미국에 적을 둔 코스피 상장사

2007년 두산그룹의 밥캣 인수전은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사 인수 사례 중 가장 큰 '빅딜'로 기록됐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 등 3개 사업부문을 49억달러에 사들였다. 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이 오랜 기간 공들여 성사시킨 인수합병(M&A)으로 평가된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의 일원이 되기 전까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대주주들의 손에서 성장했다. 모태는 멜로이 메뉴팩처링 컴퍼니(Melroe Manufacturing Company)다. 창업가 가문의 농기계 개발 연혁을 따지면 192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잉거솔랜드 소유 당시 밥캣의 포스터. 사진=두산밥캣
멜로이 가족사업으로 출발해 매출 2500만달러의 회사로 성장했다. 이후 멜로이 가문의 기계 생산 기술이 필요했던 클락 이큅먼트(Clark Equipment)사가 회사를 인수했다. 1995년 잉거솔랜드(Ingersoll Rand Company)가 다시 클락 이큅먼트를 사들이며 밥캣을 품었다.

한국이 인수한 미국 기업이라는 히스토리는 지금도 두산밥캣의 이름부터 사업환경, 경영 전략 등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두산밥캣이라는 사명은 2000년 잉거솔랜드 산하에서 붙였던 'Bobcat Company'가 계승된 결과다.

현재도 두산밥캣의 주요 사업무대는 북미다. 미국 주택시장 경기에 따라 회사의 실적이 좌우된다. 북미 매출 비중이 75% 수준에 육박한다.

북미에서 매출의 상당수를 벌어들이면서도 코스피에 상장한 독특한 구조를 띄게 됐다. 미국 노스다코타주 웨스트파고에 자리한 미국법인이 두산밥캣의 실질적 사업 거점이다.

◇잉거솔랜드 사업부문에서 두산의 자회사로

두산밥캣은 잉거솔랜드 산하에서 자회사 형태를 띠면서도 사업부문으로 운영됐다. 그 아래 미국 버지니아주와 미네소타주, 조지아주, 노스다코다주와 중국, 체코, 프랑스, 아일랜드 등에 공장을 뒀다.

밥캣 컴퍼니로 불렸고 사장 등 경영진도 있었지만, 독립 브랜드로 출발해 손바뀜이 잦았던 흔적이다. 잉거솔랜드가 클락 이큅먼트를 사면서 잉거솔랜드-밥캣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당시 외신과 밥캣의 타임라인 등을 참고하면 밥캣은 잉거솔랜드 아래 하나의 포트폴리오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 등 '사업부문'을 인수했다고 표현됐다. 독립적인 자회사라기보다는 사업부서로서 본사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그룹에 가까웠던 셈이다.

사업부를 총괄하는 인물과 재무담당자, 영업과 마케팅 책임자 등의 실무 임원 체계가 있었지만 전략은 잉거솔랜드 본사에 따랐다. 상장사도 아니었기 때문에 실무 사업에 대한 전략 결정을 잉거솔랜드 이사회와 CEO 승인에 맡기는 탑다운 방식을 띄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에 인수된 후 두산인프라코어 사업부문을 매각할 때까지 두산인프라코어의 산하에 있었다. 지배구조를 정리하면 당시 두산중공업 아래 두산인프라코어, 그 밑으로 두산밥캣을 둔 구조였다. 밥캣은 두산인프라코어를 팔기 전 대주주를 두산중공업으로 바꾸면서 두산그룹에 남게 된다.

◇두산부터 두산밥캣 북미까지 '수직적 지배구조'

두산밥캣은 현재 두산그룹의 수직구조 아래 손자회사다. 최상단에는 지주사인 ㈜두산이 있고 그 아래 두산에너빌리티가 중간 지주 역할을 맡는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의 최대주주로 5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다.

두산밥캣은 다시 미국·유럽·중국 등 전 세계에 산재한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의 지분을 직접 갖고 있다. 주요 종속회사는 두산밥캣 북미법인과 두산밥캣 캐나다, 멕시코 등이다. 본사가 각국 법인의 주주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두산에서 두산에너빌리티를 거쳐 두산밥캣, 그리고 밥캣 산하 해외법인으로 이어지는 4단 수직 지배 체계가 형성돼 있다. 북미 매출 비중이 70%를 웃돌지만 실질적인 소유 지분과 지배 권한이 한국에 집중돼 있는 독특한 구조다.


지분 구조의 변천도 명확하다.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잉거솔랜드로부터 밥캣을 인수했을 당시에는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순의 손자회사 구조였다. 2016년 밥캣 상장 이후에도 동일한 틀을 유지했다.

이후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면서 밥캣 지분은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으로 이관돼 현재와 같은 두산-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 구조로 굳어졌다. 이로써 밥캣은 두산그룹 내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핵심 손자회사로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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