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은 한국-미국 관세 협상에서 조선업이 핵심 화두로 떠오를 당시부터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거론돼 왔다. HD현대중공업과 함께 대형 함정의 건조 역량을 갖춘 국내 단 둘뿐인 조선사이면서 유일하게 미국 현지에 야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장기 투자를 통해 미국 야드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의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관건은 투자재원의 마련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3년간 마이너스(-)에 머물렀던 잉여현금흐름(FCF)이 올들어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어깨가 한껏 가벼워진 상태다.
◇순이익·계약부채가 OCF 쌍끌이 한화오션은 2025년 상반기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현금성자산 포함) 보유량이 1조37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대비 76.4%(4494억원) 급증한 수치다. 이 기간 현금 증가분을 현금흐름으로 분석해보면 영업활동에서 8479억원의 현금을 유입시켰고 투자활동에서 2480억원, 재무활동에서 1395억원씩 현금이 빠져나갔다.
한화오션으로서는 영업활동 현금흐름(OCF)이 올들어 플러스 총현금흐름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점이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한화오션의 OCF는 2021년 4858억원을 기록한 뒤 2022년 -1조654억원, 2023년 -1조9392억원, 지난해 -2조9046억원으로 현금 유출의 강도가 지속 심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국내 조선사들이 글로벌 선박시장의 호황을 타고 높은 가격의 친환경 선박 수주를 쓸어담던 때다. 이는 선수금의 대거 유입, 즉 계약부채의 증가로 이어져 OCF의 플러스 요인이 된다. 다만 한화오션은 계약부채 변동에 따른 OCF 효과가 2021년 1조7억원, 2022년 2조5424억원을 기록했을 뿐 2023년과 2024년은 -2686억원과 -1664억원으로 주춤했다.
한화오션은 올들어 선수금 유입의 효과를 다시 보고 있다. 계약부채 증가로 인한 현금흐름이 7786억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순이익도 전년 상반기 236억원에서 3642억원으로 급증했다. 과거 저선가 수주물량을 밀어내는 사이 자체적인 현금 창출능력까지 한껏 강력해진 모습이다.
한화오션은 OCF에서 자본적지출(CAPEX) 투자금액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CF)도 올 상반기 685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3년간의 현금 순유출을 극복한 것이다.
심지어 이는 생산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기조 속에서 만들어진 성과다. 한화오션은 2021~2023년 1000억원 수준의 CAPEX 투자를 지난해 3794억원까지 확대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1620억원을 집행해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필리조선소 투자에 마스가 수혜 달려…CAPEX 조정여력이 관건 한화오션은 2024년 12월 계열사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국내 조선사들 중 최초의 미국 진출 사례다. 향후 필리조선소의 생산능력을 확충해 해외 방산·해상풍력·LNG 등 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립 이후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 협력계획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에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육성계획도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에 중장기적으로 50억달러(7조원가량)를 투자해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의 선박 건조능력을 20척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오션으로서는 영업활동에 기반을 둔 잉여현금흐름의 창출능력이 갖춰진 만큼 당분간은 투자재원 마련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조선사가 생산설비의 관리를 위해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CAPEX는 관리가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최근 몇 년 동안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이 연 5000억원 안팎의 CAPEX를 유지하는 동안 한화오션은 1000억원 수준의 CAPEX만을 집행했다. 지난해 3000억원대 후반으로 비용 투입을 확대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경쟁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조선사의 CAPEX 투자 지연은 어떤 식으로든 훗날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실제 한화오션은 올 초 사업보고서를 통해 2025년의 유형자산 보완투자 예상액을 연결기준 1조2157억원으로 밝혔다.
다만 한화오션은 아직 CAPEX를 조정할 여유가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측에서는 "2025년 예상투자액은 향후 여건에 따라 조정될 수 있으며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고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