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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시총 8조로' 펩트론, 릴리 향한 투심 '연말에 쏠린 눈'

코스닥 3위 안착, 스마트데포 기술력 기대감 올해 말 기술평가 종료 '본계약' 촉각

김찬혁 기자  2025-09-16 10:51:33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펩트론은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바이오 기술 기업이죠. 상장 23년만인 최근 폭발적인 주가 상승세를 보이며 시가총액이 최고 약 8조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의 기술평가 계약이 체결된 게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15일 펩트론 주가는 30만4500원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1년 전인 2024년 9월 30일 종가 5만1400원과 비교하면 492%나 급등한 수준입니다. 주가가 5배 오른 셈이죠.


한달 전인 8월 14일에는 52주 최고가인 35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15일 기준 펩트론의 시가총액은 7조 940억원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기업 중 알테오젠, 파마리서치, 에이비엘바이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코스닥 시장 대장주가 됐죠.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펩트론 주가는 현재 30만원 초반선에서 숨고르기 중입니다. 특히 일라이 릴리가 경쟁사 카무루스와 '플루이드크리스탈(FluidCrystal)' 기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날도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상승 추세가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라이 릴리의 행보에 펩트론의 주가가 상당부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시장에서 펩트론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스마트데포(SmartDepot)'라는 약효 지속형 제형 기술 때문입니다. 약물을 마이크로스피어 형태로 만들어서 서서히 방출되게 설계한 기술인데요. 최근 GLP-1 계열 비만·당뇨치료제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스마트데포 기술은 생체분해성 고분자에 약물을 혼합한 미세 구형 입자가 체내에서 서서히 분해되며 약물을 방출하는 원리입니다. 이를 통해 주사 한 번으로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효과를 유지할 수 있어 투약 빈도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기술이전 가능성 외에도 호재가 있죠. 상업화 성과인데요.

펩트론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전립선암·성조숙증 치료용 1개월 지속형 치료제 '루프원' 품목허가를 받았습니다. 류프로렐린 제제 제네릭 의약품으로 기존 주1회 투여 기간을 월 1회로 개선했습니다. 회사가 스마트데포 기술을 상용화해 자체 생산하는 첫 번째 제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생산 설비 확충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오송바이오파크 내 신공장을 건설 중인데요. 650억원을 투입해 건설하는 신공장은 현재 생산능력보다 10배 많은 규모입니다.

cGMP급 의약품 전용 생산시설로 설계돼 글로벌 파트너사와 공동 개발 중인 임상용 시약 생산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약효 지속성 치료제의 상업 생산 규모를 크게 확대하겠다는 전략입니다.

◇Market View

시장에서는 펩트론의 기술력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GLP-1 계열 비만·당뇨치료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월 1회 투약이 가능한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차세대 핵심 기술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특히 펩트론은 2024년 10월 일라이 릴리와 14개월간의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일라이 릴리는 자사의 펩타이드 약물에 펩트론의 스마트데포 플랫폼 기술을 적용하는 공동 연구를 진행합니다. 펩트론의 기술력을 최종적으로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이에 따라 기술평가가 끝나는 2025년 12월은 펩트론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시장에서는 기술평가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돼 본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계약 규모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라이 릴리와의 계약이 성사되면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추가 기술이전도 잇따를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

반면 기술평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기술 협력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본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주가 변동성도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주가에 이미 상당한 기대감이 반영된 상황이어서 계약 무산 시 주가 조정 압력이 클 것이란 우려가 존재합니다.

◇Keyman & Comments

펩트론의 핵심 인물은 창업주 최호일 대표입니다. 생화학을 전공했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과 LG화학 바이오텍 연구원을 거쳐 펩트론을 창업했습니다. 최 대표는 혁신 플랫폼을 지향하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술인 스마트데포가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최 대표의 리더십 하에 펩트론은 펩타이드 합성 업체에서 국내 바이오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일라이 릴리와 같은 세계적인 제약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국내 바이오 업계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최 대표의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장기적 안목이 회사의 성공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펩트론 IR 담당자는 "기술이전 계약의 경우 예측이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기존의 방식대로 열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고 지켜봐 달라"며 "루프원의 경우 국내 판권을 보유한 파트너사 LG화학에서 잘 팔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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