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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이경준 하이브 CFO, 회사채로 직접금융 퍼즐 맞추나

③ IPO부터 유상증자·CB까지 진두지휘…A+ 신용도로 DCM 확장 가능성

이지혜 기자  2025-09-17 09:55:28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하이브는 지난 몇 년 간 자금 조달 보폭을 빠르게 넓혀왔다. 은행 장기대출은 기본이고 ECM(주식자본시장), 메자닌으로도 조달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장기 신용등급까지 받으며 공모 회사채 발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K-팝을 주력으로 하는 엔터사 가운데 직접금융을 이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곳은 하이브뿐이다.

이 모든 작업을 이끈 인물이 이경준 하이브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이 CFO는 하이브가 글로벌 엔터사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실탄을 마련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하이브에 대한 자본시장 투자자의 신뢰를 꾸준히 쌓은 데다 내년에는 BTS(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 재개까지 앞둔 만큼 이 CFO가 회사채를 통한 조달 다각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PO부터 회사채까지 ‘직접금융 포트폴리오 완성’ 앞뒀나

17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하이브가 대표적 직접금융 수단 가운데 회사채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이브는 2020년 기업공개(IPO)를 시작으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까지 모두 경험했다.

업계에서는 하이브가 회사채, 특히 공모채를 발행할 날이 머지 않았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공모채 발행 요건으로 꼽히는 장기 신용등급을 확보해둬서다. 하이브는 최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서 각각 ‘A+/안정적’의 장기 신용등급을 받았다. 이는 신용상태가 우수하며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이경준 CFO는 ECM과 DCM을 아울러 대표적 직접금융 수단을 모두 활용하는 셈이 된다. 하이브에 입사해 5년 동안 이룬 성과다. 이 CFO가 하이브에 합류한 건 2020년 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서 IPO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국공인회계사(KICPA) 자격을 취득한 그는 삼일PwC와 PwC 시드니, 성주디앤디 등에서 쌓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IPO 막바지 준비를 진두지휘하며 흥행을 이끌었다.

하이브는 2020년 9월 이뤄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117.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공모가도 최상단인 13만5000원에서 확정했다. 당시 하이브가 IPO로 조달한 자금은 9626억원에 이른다.

하이브가 자본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셈이다. 이전까지 하이브는 은행 대출 등을 주로 활용해왔다. 2000억원을 들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때조차 자본시장이 아닌 KDB산업은행의 산업시설자금대출을 활용했을 정도지만 IPO를 기점으로 조달전략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이 CFO는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실탄을 마련하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5월 미국 레이블인 이타카홀딩스(Ithaca Holdings LLC) 지분 인수에 1조원가량 들었는데 이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과를 내서다.

당시 이 CFO는 신규로 대규모 차입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45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에도 나섰다. 딜은 성공적이었다. 유상증자에서 기존 주주 청약률이 100%를 웃돌면서 일반청약을 진행하지 않았을 정도다.

◇이경준, 유상증자·CB까지 대형 딜로 입지 '확고'

하이브가 2020년 이전까지는 M&A를 위한 자금을 은행 차입으로 마련했지만 2021년 이후에는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했다는 의미다. 이후에도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 등에 참전하며 대규모 자금을 소요할 이슈를 맞닥뜨렸지만 유동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 CFO는 이후에도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꾸준히 조달했다. 전환사채(CB) 발행이 대표적이다. 2024년 10월 CB를 4000억원 규모로 차환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차환 대상이었던 CB는 2021년 11월 발행한 것으로 만기가 5년짜리였다. 그러나 당시 CB를 매입했던 투자자 대부분이 원금 상환을 요구하며 풋옵션(조기상환 청구권)을 행사해 차환발행 시기가 빨라졌다.

이에 따라 하이브가 CB 차환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지난해 발행한 CB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표면이율이 0%일 뿐 아니라 이전보다 전환가액 할증률도 10%p(포인트) 높은 20%로 설정됐다. 투자자들이 이번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 더 높은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리픽싱 조항도 붙지 않았다.

이런 조달 실력은 이 CFO의 하이브 내 입지가 강화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재 이 CFO는 위버스컴퍼니와 어도어 등 국내뿐 아니라 하이브아메리카, 하이브라틴아메리카 등 글로벌 레이블까지 계열사 11곳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이브 관계자는 “이 CFO가 국내외 사업 전반에 대해 일관된 재무전략을 수립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하이브의 각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해외 계열사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하며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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