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환경 사업 성과 부진 등으로 순차입금이 5조원 이상으로 늘어난 SK에코플랜트의 재무개선에 속도를 낸다. 국내외 자회사 매각 등으로 연내 순차입금을 절반가량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기존 건설 사업의 경우 AI 데이터센터 EPC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안에 SK에코플랜트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을 2조원대로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SK㈜가 지분 63.2%를 보유한 건설 계열사다. 이 회사의 지난 6월 말 순차입금은 5조5355억원이다. 2019년 말 순차입금은 2053억원이었으나 이듬해 말 순차입금이 1조원, 2020년 말에 2조원, 2021년 3조2577억원으로 매년 빠르게 늘었다.
2020년 종합 폐기물 업체 리뉴어스 인수(9000억원), 2021년 리뉴원 인수(6100억원) 등 환경 사업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선 영향이다.
2023년엔 주요 투자가 일단락됐음에도 연료전지 사업과 관련한 재고자산 부담, 계열 매출채권 확대, 환경 사업 성과 부진 등으로 재무건전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2023년 말 순차입금은 4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5조원을 돌파했다. 부채비율은 2022년 이후 20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고 차입금 의존도는 작년부터 40%를 상회하는 상황이다.
결국 SK에코플랜트의 환경 사업은 리밸런싱 대상이 됐다. SK그룹은 2023년 말 정기인사에서 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 장동현 부회장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로 선임해 사업구조 재편을 시작했다. 친환경 회사에서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정체성을 바꾸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SK에코플랜트는 KKR, 스틱인베스트먼트 등과 리뉴원 지분 100%, 리뉴어스 지분 75% 매각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7월 미국 수소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의 지분도 5300억원에 매각했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발전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블룸에너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2021년과 2023년 2차례 지분을 매입했다. 여기에 환경 자회사 지분 매각까지 성사하면 재무체력이 개선될 것으로 SK그룹은 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설비 제조사인 SK오션플랜트 지분 매각을 위해 최근 우선협상대상자에 디오션자산운용을 선정하기도 했다. SK오션플랜트는 SK에코플랜트가 2021년 11월에 인수(지분 37.6%)한 회사다.
이외에도 SK에코플랜트는 오는 11월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SK레조낙, SK트리켐 등 SK㈜ 산하 머티리얼즈 4개 계열사들을 편입하면 향후 재무건전성은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SK에코플랜트가 EPC 분야에서도 기존 레거시향 비중을 줄이고 그룹의 울산 AI 데이터센터,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 등 하이테크 사업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SK에코플랜트의 하이테크 사업 비중은 49% 수준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조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 재무적 투자자(FI) 2026년 상장을 약속했다. 환경 사업 매각, 반도체 소재 비중 확대 등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건 이와 연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