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CFO 인사 코드

'계열분리' 신세계, '구관이 명관' 우정섭 전무 컴백

30년 그룹서 재무 역량 쌓은 베테랑…계열분리 국면 '안정화' 중책

최은수 기자  2025-09-30 08:55:19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지난해 계열분리를 선언한 신세계그룹이 지주사 ㈜신세계 재무라인에도 변화를 줬다. 그룹에 30년 넘게 몸 담으며 재무를 총괄했던 우정섭 전무(사진)가 약 2년 만에 재무 책임자로 복귀하고 우 전무의 자리로 홍승오 전 CFO가 이동한 점이 상징적이다.

전임자인 홍 전무와 달리 우 CFO는 30여년 경력을 오로지 신세계그룹 안에서 재무 중심으로 쌓았다. 계열분리 이후 복잡해질 수 있는 재무 환경을 관리하기 위해 구관이 명관이자 안정형 CFO를 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년 그룹 재무통 우정섭 전무, CFO로 복귀

신세계는 예년 대비 약 한 달 정도 일찍 단행한 2026년 그룹 정기 임원인사 과정에서 CFO를 교체했다. 전임자인 홍 전무가 백화점부문 재무관리본부장으로 이동하고 그 자리에 있던 우 전무를 신임 지원본부장으로 보임시켰다.


우 전무는 충북 괴산 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하고 1994년 공채를 통해 신세계 경영지원실 회계팀에 입사했다. 이후 줄곧 회계와 경리팀, 재무팀에 몸 담으며 경력을 쌓았다.

2016년 임원 승진하면서 신세계사이먼 지원담당과 신세계 재무담당을 역임했지만 2017년 9월 다시 그룹 전략실 소속 재무팀장으로 부름을 받았다. 신세계 그룹 안에서도 손 꼽을만한 '재무통'으로의 길을 걸어 왔다.

우 전무는 다른 경력보다 전임자인 홍 전무 이전에 신세계 CFO격인 재무본부장을 역임했단 점이 특기할 만하다. 그가 2021년 전무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전략실과 관리팀 등을 재무본부로 엮는 조직개편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우 전무가 CFO로 역할을 해 왔다.

우 전무는 이후 2023년 재무라인의 연쇄 이동 과정에서 백화점부문 재무관리담당을 맡게 됐다. 그리고 그 자리를 홍 전 CFO가 채웠었는데 이번 지주사 체제 강화와 계열분리 작업을 병행하는 가운데서 직전 CFO를 다시 불러들이고 그 빈 자리로 홍 전 CFO가 이동하는 맞교환이 이뤄진 셈이다.

◇계열분리·포트폴리오 조정 등 변화 속에서 안정감 제고 주력

이 지점에서 우 전무의 단순한 재무총괄 복귀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전임자인 홍 CFO는 CJ, 금호건설, 삼성전자, ADT캡스 등을 거치며 M&A와 전략에 강점을 보여 왔다. 그러나 우 전무는 1994년 신세계그룹에 입사 후 30년 이상 재무 업무를 담당해 왔고 재무통으로의 길을 걸어 왔다.

우 전무는 CFO로 복귀하면서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를 통한 이마트, SSG닷컴,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개별 계열사 재무 전략을 재조율하는 중책을 맡을 전망이다. 그가 그룹 CFO로서 각 계열사 자금 관리와 투자 우선순위를 새롭게 설계할 경우 향후 신세계의 주력 사업인 유통·리테일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은 금리 고착과 소비 둔화, 유통 트렌드 변화로 영업력 제고와 현금흐름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인천공항 면세사업도 철수한만큼 이후를 겨냥한 명확한 출구전략도 수립한 시기다. 여러 변곡점 속에서 우 전무의 복귀는 신세계가 검증된 CFO를 전면 배치해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우 CFO의 복귀에는 자연스럽게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주도하는 신세계백화점의 계열분리 선언 후 경영 전략도 반영돼 있다. 그룹은 계열분리 이후엔 저마다의 성장 로드맵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그룹 즉 지주사 재무 안정성이 뒷받침돼 이를 지렛대 삼은 각자의 점프업이 가능하다.

이 사정을 종합하면 계열분리로 급변하는 신세계 내부 조율을 신세계그룹의 재무 이해도가 가장 높은 인물에게 맡긴 셈이다. 자연스럽게 신세계가 앞으로도 지주사 중심의 재무 컨트롤을 강화하는 한편, 우 전무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 효율성 제고와 자산 재배치를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