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비배터리 사업인 전자재료사업부의 현금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 사업이던 편광필름(PF) 양도 정산이 3분기 회계에 반영되면서 1조원대 현금이 유입됐고, 매각예정자산·부채가 ‘0원’으로 처리되며 정산 절차가 회계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비핵심 사업을 실질적으로 회수해 배터리 중심 CAPEX 체질로 전환하는 구조조정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20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I는 3분기 중단영업 부문에서 1조2083억7723만원의 순현금을 확보했다. 영업활동에서는 9억원이 유출됐지만, PF 매각 정산이 투자활동에 반영되며 1조2086억원이 유입됐다. PF는 지난해 중국 HMO(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NY캐피털 계열)에 1조1210억원 규모로 양도 계약이 체결된 사업이며, 이번 유입은 잔여 정산금의 본격 반영으로 사실상 회수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PF 양도 진행은 회계 처리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2분기까지 장부에 남아 있던 매각예정자산 7957억원, 매각예정부채 798억원은 3분기에 모두 ‘0원’으로 제거됐다. 매각예정 단계가 종료되면서 해당 부문이 중단영업(Discontinued Operation)으로 완전히 재분류됐고, 전자재료사업부가 배터리 중심 사업 구조에서 분리되는 첫 공식 단계가 회계상 반영된 셈이다.
중단영업 부문 실적도 별도로 나타났다. 3분기 매출은 6087억7520만원, 이익은 322억6038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PF 외 일부 소재 사업이 포함된 전환기 실적이며, 매각 지연이 아니라 잔여 사업운영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PF 정산의 의미는 단순 유입을 넘어선다. 삼성SDI는 아산·천안 라인 증설, 고신뢰 ESS 셀 투자, 전고체 기반 차세대 기술 확보 등 수조원대 배터리 CAPEX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전자재료사업부는 디스플레이·소재 중심으로 배터리 축과의 연계가 낮아 그룹 전략상 우선순위가 꾸준히 후퇴해온 영역이다. PF는 전자재료사업부 내 매출 비중이 가장 컸던 사업인 만큼, 이번 정산 반영은 비배터리 자산 정리 사이클이 ‘명목 단계’에서 ‘현금 전환 단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PF 이후에도 구조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2~3년간 대규모 설비투자로 잉여현금흐름(FCF)이 약해진 가운데, 유동성 확보 → CAPEX 재배치 → 비배터리 축소로 이어지는 구조조정 루프(loop)가 더 명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자재료사업부 내 잔여 소재 사업 역시 향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비배터리 사업은 수익성과 전략적 연계성이 약해 CAPEX 부담이 커지는 구간마다 우선적으로 조정 대상이 된다”며 “PF 정산은 시작일 뿐이고, 투자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흐름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편광필름 양도 자금은 차세대 소재 개발과 관련 투자를 확대해 배터리 사업과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며 “핵심 사업 중심의 기술·CAPEX 전략은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