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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엘앤에프, 수주·자본·현금 ‘삼중 압박’ 돌파구 찾을까

누적 손실에 자본총계 2년만에 70% 증발…투자 축소에도 FCF 마이너스 전환

박완준 기자  2025-12-30 15:11:34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파고가 완성차와 배터리를 넘어 소재 공급망까지 덮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혜택 축소에 이어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의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완성차 전략 변화가 투자 축소로 이어지며 연쇄 충격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엘앤에프의 유동성 악화가 눈에 띈다. 2023년부터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 체력이 악화된 순간 테슬라와 맺은 3조8000억원 규모 공급계약까지 최근 해지되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자본총계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며 자본잠식 우려까지 제기된 상황에 놓였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올 3분기 말 자본총계가 3758억원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7233억원에서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누적된 적자가 자본을 잠식하면서 재무 구조의 완충 장치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평가다.

실제 엘앤에프의 재무 구조는 한계에 도달했다. 올 3분기 말 부채총계가 지난해 말보다 5233억원 늘어난 2조5997억원까지 치솟았다. 총차입금이 같은 기간 379억원 줄어든 1조7469억원을 기록했지만 3885억원의 교환사채(CB)가 부채총계로 잡히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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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의 재무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자 자본잠식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본총계 1조원이 무너진 지 1년 만에 5000억원 이하로 떨어진 탓이다. 실제 엘앤에프의 자본총계는 2023년 1조1099억원에서 지난해 7233억원으로 줄어든 후 올 3분기 말 3758억원까지 떨어졌다.

낮아진 자본 여력 탓에 추가 차입 여지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엘앤에프는 올 3분기 말 순차입금이 1조4289억원에 달해 부채비율 691.8%, 차입금의존도 58.7%를 기록했다. 자산의 절반 이상을 이미 외부 차입에 기대고 있는 구조다. 영업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재무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재무구조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실적 저하가 꼽힌다. 엘앤에프는 2023년부터 영업손실 2223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도 영업손실 5587억원을 거둔 데 이어 올 3분기 누적 영업손실도 2394억원에 달한다. 전기차 캐즘에 고객사가 재고를 조정하면서 양극재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지속된 적자에 엘앤에프도 지난해부터 자본적지출(CAPEX)을 큰 폭으로 줄이며 현금흐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투자 축소가 잉여현금흐름(FCF)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본업에서 발생하는 현금이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엘앤에프는 지난해 CAPEX로 2100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2023년(4863억원) 대비 2763억원 줄어든 액수다. 올 3분기 누적 CAPEX도 745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에서 CAPEX를 제외한 FCF는 지난해 말 704억원에서 올 3분기 말 마이너스(-) 83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미래 전망 역시 녹록지 않다. 엘앤에프는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체결했던 3조8347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이 973만원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계약 해지 수준이다.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당 계약이 무산되며 안정적인 현금 유입 기대감도 사라졌다.

업계는 엘앤에프의 적자 구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고객사들의 보수적인 발주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수주를 확보하더라도 현금 유입으로 연결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재무 부담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엘앤에프가 재무 개선을 위해 CB를 주식으로 교환 및 전환해 부채총계를 낮춰 자본총계를 늘릴 수 있다"며 "다만 지속된 당기순손실은 결국 자본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실적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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