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사업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이 실적 부진 속에서도 차입금 상환에 나서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기로에 놓여있는 SK지오센트릭은 수익성 저하는 피할 수 없더라도 차입 부담을 최대한 낮추는 방식으로 등급 하방 압력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 이달에만 3100억 상환 계획…실적 저하 추세와 대비
7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은 오는 9일 만기가 예정돼 있는 1207억원 규모 카드이용대금을 연장하지 않고 상환하기로 가닥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해 8월 769억원, 10월 437억원을 각각 사용한 데 대한 청구서다. 이 중 8월 이용대금 769억원에 대한 당초 만기일은 지난해 10월로 SK지오센트릭은 한 차례 결제일 연장에 나섰지만, 이번엔 추가 연장을 하지 않고 상환을 택한 것이다.
SK지오센트릭은 이달 19일에도 공모 회사채 1900억원의 만기를 앞두고 있지만 차환 발행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이 또한 상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새해 첫 달에만 약 3000억원의 자금 상환에 돌입한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카드이용대금과 1월 만기 회사채 모두 보유 현금을 활용해 전액 상환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SK지오센트릭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금흐름이 저하된 상황과 대비된다. 글로벌 석유화학 공급과잉으로 제품 마진이 큰 폭 하락하면서 SK지오센트릭은 2024년 별도기준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3분기에는 1944억원 규모로 손실 폭이 더욱 커진 상태다.
SK지오센트릭 측은 보유 현금이 넉넉해 차입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지오센트릭의 현금성 자산은 약 1조1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4300억원)를 비롯해 은행 대출(약 1000억원), 외화 인수대금(약 4600억원), 연평균 자본적지출(약 2000억원) 등을 고려하면 현금성 자산이 넉넉하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 녹록지 않은 차환 여건…등급 방어 위한 차입금 감축 취지도
SK지오센트릭이 신용등급 강등 기로에 서면서 차입금 상환 기조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SK지오센트릭의 등급은 AA-로 신용평가사 3사 모두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보니 차환을 위한 자금조달도 녹록지 않은 것이다.
물론 최근 정부 주도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는 있다. 그러나 아직 사업재편 효과를 예상하기 어려워 우호적인 조달여건이 조성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은 벤젠·톨루엔·자일렌(BTX), 파라자일렌(PX) 등 아로마틱 제품의 매출 비중이 60~70%로, 이들 생산설비는 상대적으로 가동연수가 짧아 감축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SK지오센트릭의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1~3분기 별도기준으로 19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 중 1415억원의 적자가 아로마틱 부문에서 발생했다. 기초석유화학은 크게 올레핀 계열과 아로마틱 계열로 나뉘는데, 현재 정부의 구조조정은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 등 올레핀 계열에 방점이 찍혀있다. 아로마틱 부문의 유의미한 구조조정이 단행되지 않으면 SK지오센트릭의 실적 개선 효과도 불확실한 것이다.
신용등급 하향 압력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도 차입금 상환 노력은 필요하다. 신용평가사들은 SK지오센트릭의 등급 하향 트리거를 △차입금의존도 40% 초과(한국신용평가) △차입금의존도 35% 초과(한국기업평가) △순차입금의존도 30% 초과(나이스신용평가)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등급 아웃룩이 ‘부정적’으로 부여된 SK지오센트릭으로서는 차입금 지표를 낮추는 것이 신용등급 방어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SK지오센트릭의 차입금은 2조9138억원으로 전년 말(2조9252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별도기준 차입금도 같은기간 2조3229억원에서 2조2341억원으로 감소했다. 수익성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차입금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