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실적 악화에도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6조5019억원, 영업이익 1조539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 성장하고 영업이익은 19% 감소한 수치다. 유류비, 리스료, 정비비 등을 달러 결제하는 항공사 특성상 고환율·고유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영업이익이 후퇴한 상황에서 부채비율도 전년 222%에서 244%로 높아졌다. 다만 자산·부채 구조를 뜯어보면 수익성 악화보다는 신규 항공기 투자가 재무제표에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부채 구성 또한 유동부채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레버리지 확대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1년새 비유동자산 21%↑·금융부채 26%↑
대한항공의 2025년 말 자산 총계는 별도 기준 38조4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증가했다. 비유동자산에서 대부분 늘었다. 비유동자산은 31조1787억원으로 21.5% 늘었고 이 가운데 항공기 관련 자산은 19조5219억원으로 1년 새 25.1% 증가했다. 전체 자산 증가분(4조8844억원) 가운데 약 80%가 항공기 등 장기 수익 자산에서 발생한 셈이다.
자산을 확대하면서 부채도 같이 늘었다. 2025년 말 부채 총계는 27조26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9% 증가했다.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금융부채에서 발생했다. 금융부채는 16조0267억원으로 25.9% 늘었다. 항공기를 새로 도입하면서 장기차입금과 사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매입채무, 선수금 등 영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타부채 증가는 8.1%에 그쳤다. 손익은 둔화됐지만 운전자본이 완충 역할을 하며 영업현금흐름을 지탱했다. 실적 부진에 따른 운전자본 악화보다는 항공기 도입을 위한 자금 조달이 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의미다.
*출처=대한항공
이 과정에서 현금성 자산은 줄었다. 2025년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조4926억원으로 전년(4조4254억원) 대비 21.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순금융부채는 8조3041억원에서 12조5341억원으로 50.9% 급증했다. 투자가 먼저 이뤄진 뒤 아직 영업현금흐름으로 회수되지 않은 구간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현금흐름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조397억원으로 전년(2조5524억원) 대비 19% 증가했다. 본업의 현금창출력은 오히려 커진 것이다. 순운전자본이 전년 대비 5319억원 늘었지만 영업활동으로 감당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부채비율 상승에도 유동성 부담은 제한적
지난해 대한항공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전년 대비 3대 늘어난 165대였다. 중소형기인 B787-10은 5대에서 13대로 8대 늘었고 A321neo는 15대에서 19대로 확대됐다. 반면 대형기인 B777은 36대에서 33대로, A330은 22대에서 18대로 줄었다.
대한항공은 기단 현대화와 효율성 증대를 위해 2030년대 말까지 B777-9 20대, B787-10 25대, B737-10 50대 등 100여대의 항공기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8월 발표된 계약 규모만 약 50조원으로 한국 항공사 역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24년 말 222%에서 244%로 늘었다. 지난해 3분기 238.3%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다. 다만 유동성장기부채를 2조원 가까이 줄이며 장기차입금, 사채 등 비유동부채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유동성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대한항공도 지난해 4분기 IR 자료에서 적정 수준의 부채비율 관리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신규 항공기 도입을 위한 재무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늘어난 항공기 운항이 언제부터 영업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질지, 비용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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